500㎜ '물폭탄'…대구·경북 6명 사망·1명 실종 등 피해 속출

관광열차 '해랑' 탈선·KTX 선로 침수…저지대 물 잠겨·곳곳 산사태 경보
정전·침수에 도로·항만도 통제…낙동강·형산강·금호강 홍수특보
제18호 태풍 '미탁'이 대구와 경북을 관통하면서 열차 탈선, 산사태,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3일 오전 11시 현재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했다.

대구지방기상지청은 지난 1일 0시부터 3일 오전 10시 현재까지 울진에 555.6㎜의 폭우가 쏟아진 것을 비롯해 영덕 382.5㎜, 포항 322.3㎜, 구미 217.6㎜, 경주 199.0㎜, 대구 144.0㎜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울진에는 2일 하루만 332.9㎜가 내렸고 영덕(289.0㎜), 성주(215.0㎜), 포항(309.2㎜), 고령(256.5㎜)도 하루 동안 200∼300㎜의 폭우가 쏟아졌다.특히 울진에는 0시 31분부터 1시 30분까지 사이에 시간당 104.5㎜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1971년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시간당 강수량으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태풍 '미탁' 할퀴고 간 전국 잠기고 무너지고…주택 매몰·열차탈선 등 피해 속출 / 연합뉴스 (Yonhapnews)
◇ 인명피해 속출 = 곳곳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인명피해가 잇따랐다.

2일 오후 8시 30분께 경북 성주군 대가면에서 김모(76)씨가 농수로 배수 작업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김씨는 집중호우로 배수로가 막힐 것으로 예상해 물 빠짐 작업을 하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3일 0시께는 포항시 흥해읍 금장리에서 이모(47·여)씨가 급류에 빠져 사망했다.

오전 1시 16분께는 영덕군 축산면 A(66)씨의 집이 무너지면서 A씨 아내(59)가 매몰돼 숨졌다.비슷한 시각 포항시 북구 기북면 대곡리에서는 폭우로 주택이 쓰러지면서 노부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박모(69·여)씨는 구조했지만 김모(72)씨는 매몰돼 수색했지만 끝내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9시 6분께는 경북 울진군 울진읍 한 주택이 붕괴하면서 강모(67)씨와 김모(62·여)씨 부부가 매몰됐다.

소방당국은 "사람이 흙에 묻혀있다"는 인근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수색 끝에 이들을 발견,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숨진 뒤였다.

또 2일 오후 9시 50분께는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하류로 떠내려갔다.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출동해 차는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찾지 못했다.

이 차에는 인근 사찰 승려로 추정되는 운전자 1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관광열차 탈선·KTX 선로 침수 = 3일 오전 3시 36분께 경북 봉화군 봉성면 영동선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던 해랑열차 제4206호의 기관차와 객차 등 2량이 산사태 여파로 탈선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열차는 청도를 출발, 정동진으로 향하던 관광 전용 열차로 전체 열차는 10량으로 편성되어 있다.

소방당국과 코레일 측은 현장에 구조대를 보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코레일은 이날 하루 영동선 열차 운행을 전면 중단시키고 복구 작업을 벌여 4일 오전 6시 동대구발 강릉행 무궁화호부터 열차 운행을 재개할 계획이다.

또 서울을 출발해 2일 오후 11시 10분 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KTX 제471호 열차는 포항역 방향 터널 등 선로가 물에 잠겨 동대구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 침수, 도로 유실 등 시설물 피해 잇따라 = 3일 오전 1시 30분께 영덕군에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강구시장 70여 가구와 오포 2리 100여 가구, 오포 3리 30여 가구, 영덕시장 인근 70여 가구가 침수됐다.

또 0시 12분께는 포항시 기북면에서 주택 1채가 전파되고 오전 1시 16분께는 영천시 도동에서 주택 4채가 침수됐다.

이와함께 경주시 외동읍 국도 7호선 냉천터널 사면 20여m, 울진군 울진읍 온양리 국도 7호선 도로사면 150m 구간 등 도로 4곳과 하천 3곳이 유실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주민 대피도 잇따랐다.

포항시 청하면과 신광면 등 산사태 우려지역 38가구에서 80여명의 주민이 인근 경로당으로 긴급 대피했다.

울진군 울진읍 읍내3리에서는 0시 30분께 하천 범람 우려로 500여 가구가 군민체육센터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울진군 평해읍에서도 300여 가구가 평해읍복지회관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밖에 포항시 대송면에서는 하천범람으로 주민 20여명이 임시로 대피했다가 3일 오전 2시께 귀가하는 등 경북도내 27개 지역에서 1천709가구, 2천277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2일 오후 3시께 포항시 남구 송도동에서는 한 변압기에 벼락이 떨어져 주변 지역이 1시간 동안 정전됐다가 복구됐다.

대구에서는 중구 동성로 건물 3층에서 유리가 파손돼 길에 떨어졌으며, 달성군 구지면 도로의 가로수가 쓰러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 수성구 일대는 낮시간 낙뢰로 신호등 19곳이 먹통이 됐다가 복구되기도 했다.
◇ 하늘길·바닷길 막히고 교통 통제, 홍수특보 속출 = 대구 신천 수위가 높아지면서 2일 밤부터 신천대로와 맞은 편 동로의 통행이 제한됐다.

포항에서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2일 하루 결항했고 대구공항과 제주, 인천을 오가는 국내선 항공편도 대부분 결항했다.

포항과 영덕 등 동해안 항·포구에는 선박 3천여척이 대피했다.

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낙동강 김천교 지점과 형산강 형산교, 강동대교 지점에 홍수특보가 발령됐다.

낙동강 홍수통제소는 이날 오전 4시 20분을 기해 금호강 대구 불로동 지점에도 홍수주의보를 내렸다가 1시간 10분만에 해제했다.

낙동강 홍수통제소측은 같은 하천이라도 지역과 장소에 따라 피해가 다를 수 있지만 강 인근 주민들은 각별히 유의해 달라고 밝혔다.

영양군 영양읍, 일월면, 수비면과 영덕군 병곡면에는 산사태 경보가 발령됐다.

대구시와 경북도, 각 기초단체는 상당수 직원이 태풍에 대비해 야간 비상 근무를 했다.대구기상청 관계자는 "태풍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말고 취약한 곳을 중심으로 철저한 대비를 해달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