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강풍 동반 태풍 '미탁'…산사태·건물 붕괴 속출

6명 사망·2명 실종…곳곳 홍수경보 발령
학교 건물 지붕 날아가고 담벼락 무너져

제18호 태풍 '미탁'에 따른 인명과 재산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했다.
시간당 최대 100㎜ 넘는 폭우가 쏟아지고,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30m가 넘는 강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각종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 산사태·급류 등에 사망·실종 잇따라…이재민 발생도
3일 오전 9시 5분께 부산 사하구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건물 2곳을 덮쳤다.

부산소방본부와 경찰은 주택에서 3명, 식당에서 1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하고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비슷한 시간대에 경북 울진군 울진읍의 한 주택이 붕괴하면서 60대 부부가 매몰돼 사망했다.

앞서 이날 0시 12분께 경북 포항시 흥해읍에서 배수로를 손보던 72세 여성이 급류에 빠져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오전 1시께 강원 삼척시에서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토사에 주택 벽이 쓰러지면서 77세 여성이 숨지고, 경북 영덕군에서 집이 무너지면서 59세 여성이 매몰돼 사망했다.전날 오후 9시께 경북 성주군에서는 농수로 물 빠짐 작업을 하던 76세 남성이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에서 주택 붕괴로 부부가 매몰, 아내 A(69)씨는 구조됐으나 남편 B(72)씨는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포항시 북구 청하면 유계리 계곡에서 승용차가 집중호우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수색에 나선 소방당국은 차량을 발견했으나 운전자는 아직 찾지 못했다.
제주에서 주택이 파손되면서 3명이 다쳤다.

제주에서는 또 주택 침수·파손 등으로 10세대 3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인근 호텔·펜션이나 친척 집, 교회 등에 임시로 머물고 있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 등지에서는 주민 1천546명이 마을회관이나 면사무소 등으로 대피했다.

◇ 강한 바람에 초등학교 지붕 무너져…관광열차 탈선
강한 바람에 많은 비까지 더해지면서 시설 파손과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태풍의 길목 제주에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신풍리에 있는 주택 5개 동과 창고, 차량 등이 반파 또는 부분 파손됐다.

또 구좌중앙초등학교 본관 2층 지붕이 무너져 교실과 강당이 침수됐으며, 제주시 해안동 어시천의 60m 길이의 호안이 유실, 1억 5천만원 상당의 피해도 발생했다.

이외에도 비닐하우스 10여 곳(4만3천173㎡)이 침수·파손되고,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져 나가고, 나무와 신호등, 현판 등이 쓰러지는 등 피해가 잇따라 안전조치가 진행됐다.

한때 상수도가 끊기기도 했다.

제주시 애월 월산정수장 계통 송수관 파열로 제주시 연동·노형동·이호동·도두동·외도동 등 제주 시내 2만여 가구에서 수압이 떨어지거나 수돗물 공급이 중단, 응급조치도 이뤄졌다.

상하수도본부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쓸려내려 온 돌에 의해 송수관이 파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송수관은 현재 복구가 진행 중이다.

경북에서는 관광열차가 탈선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3일 오전 3시 36분께 경북 봉화군 봉성면 영동선에서 정동진으로 향하던 해랑열차 제4206호의 기관차와 객차 등 2량이 산사태 여파로 탈선했다.

당시 열차에는 승객 19명과 승무원 5명이 타고 있었으나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코레일 측은 현장에 구조대를 보내 사고 수습을 하고 있다.

또 서울에서 출발해 2일 오후 11시 10분 포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KTX 제471호 열차는 포항역 방향 터널 등 선로가 물에 잠겨 동대구역으로 되돌아가기도 했다.

◇ '물 폭탄'으로 곳곳에서 홍수특보 발효
태풍이 몰고 온 많은 비가 쏟아진 부산과 울산, 경남, 경북 등은 홍수특보가 발효되고, 침수피해가 속출했다.

최대 300㎜ 이상 많은 비가 내린 경남은 홍수경보가 발효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3일 오전 9시를 기해 경남 밀양시 낙동강 삼랑진교 지점에 발령한 홍수주의보를 경보로 상향했다.

오전 9시 현재 삼랑진교 수위는 6.96m로 홍수경보 발령 수위인 7m에 근접했다.

경남 통영 도산면의 한 농장은 축사가 물에 잠겨 닭 3천700마리, 기러기 800마리가 죽는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부산 낙동강 하구에도 이날 오전 8시 20분을 기해 7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졌다.

울산도 많은 비가 쏟아지며 전날 오후 11시 40분을 기해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태화강에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것은 2016년 10월 5일 태풍 '차바' 이후 3년 만이다.
이외에도 울산지역 주택과 도로 등 114곳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동해안에도 많은 비가 내리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전날 오후 11시 30분께 경주와 포항 일대 형산강 유역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앞서 오전 11시를 기해 영양읍과 일월면, 수비면에 산사태 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영덕군 강구면 강구시장 인근 오포1리와 오포2리에는 대피령이 발령돼 주민이 마을회관이나 교회, 경로당 등으로 대피했다.

또 강구면에 있는 강구중학교에서는 담이 무너지고 포항 죽도시장 일부가 침수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특히 경북 울진은 시간당 104.5㎜의 비가 내려 1971년 1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 '미탁' 동해로 빠져나가며 약화
태풍 '미탁'은 오전 9시 현재 울릉도 서북서쪽 약 90㎞ 부근 해상에서 시속 30㎞ 속도로 북동진하고 있다.

기상청은 현재 '미탁'이 한반도를 지나 동해상으로 빠져나가는 중으로, 4일 0시 독도 동쪽 약 680㎞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태풍의 직접 영향권에서는 벗어나고 있지만, 오늘까지 강원 영동에 매우 강한 바람과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며 "끝까지 피해가 없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용민 김용태 이정훈 이재현 차근호 백나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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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