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 4명 매몰…침수·붕괴 등 부산 태풍 피해 속출(종합3보)

"산 정상부터 순식간에 와르르"…유출 토사 많아 수색작업 난항
낙동강 상류 방류 영향으로 7년 만에 부산권 홍수주의보 발령
태풍 미탁 영향으로 부산에서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 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3일 오전 9시 5분께 부산 사하구 한 공장 뒤편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인근 주택과 식당 등을 덮쳤다.

이 사고로 주택에 있던 일가족 3명과 식당 가건물에 있던 1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함께 주택에 살던 한 명이 일가족 3명이 토사에 매몰됐다고 말해 이들이 산사태로 매몰됐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휴대전화 위치 정보도 매몰된 장소로 주변으로 뜨고 있고 통화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과 소방, 군부대는 600여 명과 중장비를 동원해 수색·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워낙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주민은 "산 정상 부분부터 무너져 내리기 시작해 엄청난 양의 토사가 수백 m가량 흘러 내려와 순식간에 주택과 식당을 덮쳤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태풍 영향으로 침수와 축대 붕괴 같은 피해도 잇따랐다.

2일 오후 8시 35분께 부산 사상구 학장동 한 사찰에서는 축대가 일부 무너져 5명이 대피했다.

같은 날 오후 7시 47분 부산 강서구 지사동 한 아파트 앞에서는 승용차가 물에 잠겨 소방대원이 차량에 타고 있던 1명을 긴급 구조하기도 했다. 오후 7시 55분 강서구 연대봉 생태 터널 인근에서는 언덕 일부가 유실돼 인근 도로가 한때 통제됐다.

오후 10시 36분에는 사상구 한 호텔 지상 주차장으로 옆 건물 외벽 타일이 떨어지는 바람에 차량 5개가 파손되기도 했다.

오후 11시 40분께 부산 북구 한 모텔에 물이 들어차 소방대원이 출동해 1t가량 물을 빼냈고, 비슷한 시각 북구 한 건물 지하에도 20t의 물이 유입돼 소방대원이 배수 작업을 돕는 등 모두 11곳이 침수했다.

부산권 낙동강은 3일 오전 상류에서 방류를 시작하고 바닷물이 들어오는 시각과 겹치면서 7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발령됐다.
낙동강홍수통제소는 부산 구포대교 일대에 오전 8시 20분을 기해 홍수주의보를 내렸다.

구포대교 일대는 수위가 4m를 넘어갈 우려가 있을 때 주의보를 내린다.

낙동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부산 북구 화명생태공원 일부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화명생태공원 일부 도로와 덕천 배수장 인근에 있는 굴다리인 덕천교 등이 물에 잠겨 차량 통행이 한때 제한됐다.

홍수통제소 측은 현재 낙동강 하굿둑을 완전히 개방해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3일 오전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면서 부산은 전날부터 차질을 빚었던 김해공항 항공기 운항과 부산항 여객선 운항을 대부분 재개했다.
폐쇄됐던 부산항도 정상을 되찾아 3일 오전부터 선박 입·출항과 하역작업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바람과 침수 피해로 전날 통행이 금지된 부산지역 도로 13곳도 3일 오전 대부분 통행이 재개됐다.

부산에는 2일부터 공식관측소가 있는 대청동 기준 96.6㎜의 비가 내렸다.

2일 오후 한때 일부 지역에서 시간당 30㎜에 가까운 많은 비가 내렸지만, 기상청이 예보한 최대 500㎜에는 못 미쳤다.

지역별로는 부산진구가 165㎜로 가장 많았고, 북구 155.5㎜, 금정구 140㎜, 사상구 120㎜를 기록했다.

북항과 남항 일대는 순간 최고 풍속이 초속 25m를 기록했고 남구와 중구에서도 22.7m, 22.2m의 강한 바람이 관찰됐다. 하지만 전반적인 바람 강도는 기상청 예보보다는 강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