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반일감정 정면 돌파…日 합작 영화,개막작 선정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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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일본과 카자흐스탄이 합작한 영화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공개되면서 문화적인 교류와 화합을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일본 합작 영화
연출자·일본배우 출연
3일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을 앞두고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공개됐다. 개막식 시사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는 카자흐스탄 연출자인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 사말 예슬라모바, 일본 연출자인 리사 타케바 감독과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가 참석했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가족을 사랑했던 남자가 아이들에게 선물할 새끼 고양이를 장터에서 사가는 길에 살해당한 후 한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사회자인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카자흐스탄과 일본 합작 영화"라고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소개하며 "드넓은 중앙아시아 초원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삶의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와이드 스크린과 롱쇼트의 미학을 활용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선과 악의 모든 일들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절제된 연기와 절제된 감정표현, 여기에 빼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고 전했다. 연출자인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상을 수상했던 인물. 이번엔 일본의 대표적인 여류 감독리사 타케바와 호흡을 맞춘 '말도둑들. 시간의 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다시 찾았다.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리사 타케바 감독을 처음 만났고, 이런 작품을 준비한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리사 감독도 흥미를 가졌고, 공동제작을 하기로 결정하고 스카이프로 소통하며 논의한 끝에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데뷔작 '죽음의 새끼손가락'으로 2014년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며 화려한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텔레비전 광고 연출, 소설가, 작곡가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201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선정작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 감독과 일본 감독이 함께 연출하고, 양국 배우가 함께 출연하며 한국이 지원한 형태인 것.
영화의 배경은 카자흐스탄이지만 일본 배우들이 등장한 것에 대해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연출자로서 제작 뿐 아니라 배우들과 함께 합작한 건 흥미로웠고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중앙아시아와 공동 작업하는 것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 역시 공동 제작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제작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사 타케바 감독 역시 합작 과정에 만족감을 보였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처음엔 일본 배우는 제가 디렉션을 하고, 카자흐스탄 배우들은 예를란 감독이 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변화가 있었다"며 "결과적으론 예를란 감독이 배우들의 감독을 정리하고, 저는 배경적인 부분을 결정했는데 상황에 맞게 대응이 된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카자흐스탄의 특징으로 '유연성'을 꼽았다. 리사 타케바 감독은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하는 걸 선호하는데, 카자흐스탄은 촬영을 할 때마다 수시로 상황이 바뀌었다. 그것이 유목민족이 가진 경이로움이 아닌가 싶었다"고 평했다.
또 함께했던 모리야마 미라이의 대해선 "상황이 계속 변하는 와중에 모국어가 아닌 연기를 해야 했고, 대사도 바뀌고, 승마와 액션까지 소화했다"며 "일본 최고의 배우"라고 칭찬했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자'로 제28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신인배우상과 우수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이상일 감독의 '분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비전', 버나드 로즈 감독의 '사무라이 검신' 등의 작품에서 열연하였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촬영장에 가기 전 이 역할을 어떻게 찍을 것인지 대화도 많이 나눴고, 나름대로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있었다"며 "어떤인간인지 계속 고민하는 과정을 진행했다"고 사전 준비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에 가서는 모든 상황이 변화했다.
모리야마 미라이는 "지금은 제가 어떤 해석을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며 "완성된 영화를 보고 난 후 더욱 혼란이 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인물들의 표정이나 동작,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대사들을 통해 대지의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또 리사 타케바 감독과 모리야마 미라이는 최근 한국에서 불거진 반일 기류에도 불구, "한국 영화 100주년을 축하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악화된 한일 관계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본 영화, 일본 게스트들이 등장하는지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예정대로 진행해 이목을 끌었다.
영화제 개막에 앞서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한일 무역갈등이 불거지기 전인 7월 전에 이미 95% 이상의 상영작이 결정됐다"며 "나머지 5%도 저희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아주 좋은 작품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라고 설명하며 정치 이슈와 별개로 접근해 줄 것을 요청했다.
때문에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개막작 뿐 아니라 다수의 일본 작품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일본 배우 오다기리 죠가 내한해 한국 관객들과 만남을 갖는다.
특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을 수상한다. 영화제 측은 "애초 지난해 수여하려 했으나, 신작 촬영 때문에 올해 주게 됐다. 그의 정치적 노선이나 표방하는 가치와 관계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진행된다.
부산=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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