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산사태 순간 "무너지는 소리와 먼지…공장 폭발한 줄"

사고 현장 주민들 증언 "사고 전 댐 폭발한 것처럼 검은 물이 줄줄 흘러"
"공장이 폭발하나 싶어서 밖에 나오지도 못했습니다."4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되는 부산 사하구 산사태 현장을 목격한 정모(57) 씨는 3일 놀란 가슴을 연신 쓸어냈다.

그가 산사태를 목격하게 된 것은 사고 현장 인근 공장에 비닐을 배송하러 오면서다.

사고 5분 전 공장에 도착했다."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서 정전이 되고 밖을 보니 먼지가 시커멓게 치솟고 스티로폼이 이리저리 날아다녔습니다"
정 씨는 사고가 공장이 폭발한 것으로 착각할 만큼 처참했다고 설명했다.

정 씨는 "어디 공장 폭발하나 싶어 밖에 나오지를 못했다"면서 "조금 있다가 나와보니 현장이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산사태가 나기 10분 전까지 현장에 있었던 류모(68) 씨는 기괴한 사고 전조증상을 목격했다.
류 씨는 "산사태 전에 댐이 폭발한 것처럼 검은 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다.

위에는 댐이 없는데 생각하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신도 이날 집으로 조금만 늦게 갔어도 산사태에 휩쓸렸을 것이라고 전했다.그는 "집에 와서 샤워하는데 제가 현장에 오토바이를 대어놓았다가 보니 저도 매몰된 줄 알고 주변에서 연락이 와서 사고 소식을 알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인근에서 살았다는 그는 현장에 흘러내린 검은 토사가 '감천 화력발전소 석탄재'라고 전했다.

산비탈에 있는 예비군 훈련장이 30여년 전 조성될 때 해당 석탄재로 매립한 것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의심했다.

그는 "태풍에 비가 많이 오다 보니 물이 스며들어서 한꺼번에 쏟아졌든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인근 주민 김모(74) 씨도 검은 토사를 '석탄재'라고 지목했다.

김 씨는 "원래 그곳 일대가 동아대 뽕나무밭이었는데 30년 전쯤 연병장이 생겼는데, 연병장을 감천 화력발전소 나온 석탄재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매몰 추정된 일가족 3명과 친분이 깊다며 안타까워했다.김씨는 "아침에 친구(매몰 추정 일가족 중 75세 남성)가 옥상에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들었는데…"라며 매몰자가 무사 생환하기를 바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