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안 버드 "환경규제 강화는 세계적 흐름…준비된 화학기업엔 기회될 것"

인터뷰 - 플로리안 버드 맥킨지 화학부문 대표

각국 정부 - 기업 머리 맞대고
규제 충격 최소화 방안 찾아야
“화학기업 글로벌 경쟁력은 각국 정부의 환경 규제에 달려 있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플로리안 버드 맥킨지 화학 부문 시니어파트너(대표·사진)는 3일 “환경 규제 강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도 각국 정부는 자국 화학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화학 부문을 담당하는 버드 대표는 최근 국내 화학업체들에 전략 컨설팅을 하기 위해 방한했다.버드 대표는 “화학 설비는 한 번 설치하면 30년 이상 쓰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급격히 강화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와 기업 간 실질적인 토론을 통해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학기업에는 이윤 확대보다 규제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게 더욱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글로벌 화학업체들은 혁신적 기술 개발과 인수합병(M&A)으로 인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을 통해 성장해왔다”며 “지금은 전통적인 성장 전략보다 경영 환경에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버드 대표는 화학산업이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또 다른 난제와도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화학산업을 ‘사물인터넷(IoT)’에 빗대 ‘사물산업(Industry of Things)’이라고 정의했다. 생활필수품부터 의약품까지 사람의 삶 거의 모든 부분에 화학 제품이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버드 대표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사물산업인 화학업종도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관측했다.그는 “환경 규제 강화와 저성장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화학기업들은 재활용 플라스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은 제조 원가가 일반 플라스틱보다 높고, 재활용이 늘어날수록 신제품 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많은 화학기업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버드 대표는 “환경 규제 강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 만큼 화학기업들은 규제 안에서 가장 경제적인 해결책을 선제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 화학기업들은 후발 주자임에도 시장 흐름에 따라 빠르게 성장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대응한 기업들에는 환경 규제 강화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