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따라 오락가락…與野 내로남불에 뒷전으로 밀린 '재정건전화'

집권 여당 땐 "일단 쓰고 보자"
야당 돼선 "재정건전성 지키자"
정치권 이중적 행태에 논의 '먼길'
여야는 과거 앞다퉈 ‘재정건전화’를 위한 법안을 내놨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5월 국가채무 비율과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 2% 이하로 규정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당 추경호 의원도 지난해 7월 비슷한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2016년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규 국가채무를 전년도 GDP의 0.35%로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은 그러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상임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로 사장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 의원이었던 송 의원이 재정건전화법을 제출했지만 탄핵 국면에서 흐지부지되더니 이듬해 정권이 바뀌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번 정부에선 야당인 한국당 의원이 재정건전화 관련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지만 여당의 무관심 속에 법안 심사가 이뤄지지 못했다.정치권 관계자는 “여당일 때는 재정건전성을 등한시하고 돈을 푸는 데만 관심을 쏟다가 야당이 되자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을 공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당이 내놓은 법안은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쓰고 있는 현 정부 입장과 상반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상 내년 국가채무 비율 40%대 진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가 단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분도 있을 것”이라며 “국가 재정이 매우 건전한 편이라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의 속도가 빨라 근로인구(20~64세)에 의존하는 노인 수를 뜻하는 ‘노인부양률’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노인부양률이 1%포인트 증가할수록 국가채무 비율은 0.3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회에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입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