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컵과 공의 정렬, 4분의 1까지 잘게 썰어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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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1
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31) 실전퍼팅의 급소 (中) 경사도 섬세하게 읽어라
무아지경은 연습의 산물프로들의 이런 몰입은 결국 연습이 가져다준 선물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린에서 하루종일, 보름 넘게 퍼팅 연습을 했더니 정말로 공에서부터 홀까지 파란색 또는 하얀색 선이 그린 위로 둥실 떠오르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는 후배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무작정 연습을 많이 해 감각을 기르는 것만은 아닙니다. 절박하게 경사를 읽으려 하죠. 라인을 잘게 썰어서 보는 ‘세분화’입니다. 1㎜ 차이로 홀인이 결정될 수 있으니 확신이 들 때까지 보고 또 봅니다. 경사와 브레이크가 잘 안 읽히면 홀 주변 동서남북 네 곳에서 보기도 하고 잔디 결과 색깔까지 따지면서 경사 정보를 수집하려 합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지만 홀컵 안쪽 테두리의 어느 쪽이 손상됐는지 보는 선수도 있다고 하네요. 더 많이 손상된 곳이 내리막 쪽이라는 거죠. 공이 강하게 부딪힐 확률이 높으니까요.
아마추어 주말골퍼가 이 정도로 공들이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많아야 7~8분 간격으로 밀고 들어오는 다음 팀 때문에 시간을 편히 쓰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고요. 하지만 대충 홀컵 한 개, 두 개 이런 식으로 ‘두루뭉술’ 보는 건 삼가야 합니다. 퍼트감도 두루뭉술하게 입력될 수밖에 없거든요.
경사가 잘 안 보일 때 프로들은 어떻게 하냐고요? 아마추어와 다를 게 없습니다. 가운데를 보고 과감하게 치는 거죠. 홀인이 안 되더라도 홀에 맞고 튀어나온 공은 멀리 달아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그래도 헷갈리면 처음 느꼈던 경사를 선택하세요. 이제 남은 건 용기입니다. 벤 큰렌쇼가 이렇게 말했다죠. “들어가거나 안 들어가거나 둘 중 하나다. 용감하게 쳐라.”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