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 격화에 강경대응…'복면금지법' 4일 시행한다

"캐리 람, 긴급법 발동할 것"
SCMP 보도…사실상 계엄령
지난 1일 국경절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고등학생이 맞은 사건으로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을 시행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일 보도했다.

SCMP가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은 4일 실질적 내각인 행정회의를 소집해 복면금지법 시행을 결의, 공포할 방침이다. 한 소식통은 “복면금지법이 결의되면 다음주까지 기다리지 않고 즉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복면금지법은 공공집회나 시위 때 가면, 마스크 등을 금지하는 법으로 미국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미국과 유럽의 1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다. 복면금지법은 람 장관이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를 발동해 시행할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1922년 제정된 긴급법은 비상상황이 발생하거나 공중의 안전이 위협받을 때 행정장관이 홍콩 의회인 입법회 승인 없이 광범위한 분야에서 공중의 이익에 부합하는 법령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 법규다. 긴급법이 적용되면 행정장관은 체포, 구금, 추방, 압수수색 등이 가능한 강력한 ‘비상대권’을 부여받는다. 사실상 계엄령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홍콩 역사에서 긴급법이 적용된 것은 1967년 7월 반영(反英)폭동 때뿐이었다.

홍콩 내 최대 친중파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 등은 경찰의 힘만으로 시위를 막기에는 한계에 이르렀다며 긴급법을 발동해 복면금지법, 야간 통행금지 등을 시행할 것을 주장해왔다.

한편 SCMP에 따르면 시위 현장을 취재하던 인도네시아 수아라홍콩뉴스 기자인 베비 인다(39)는 지난달 29일 홍콩 완차이 지역에서 시위를 취재하던 중 경찰 고무탄에 맞아 오른쪽 눈을 심하게 다쳐 실명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