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8천억 아라뱃길 부채에 항만 무상이용권 할인매각 열올려

항만 무상이용권 매각액 급증…아라뱃길 물동량은 여전히 바닥 수준
한국수자원공사가 2조7천억원이 투입된 경인 아라뱃길 사업비 회수를 위해 항만 무상 이용권을 싼값에 팔아 넘기고 있다. 4일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아라뱃길 사업으로 발생한 금융부채가 지난해 8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과 비교해 1천억원 가까이 줄었다.

아라뱃길 사업 금융부채가 감소한 이유는 수자원공사가 소유한 항만시설 이용권 판매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수자원공사의 항만 무상이용권 판매액은 지난 2016년 320억원, 2017년 440억원, 지난해 755억원에 달했다.

처음 무상 이용권을 판매한 2016년과 비교해 2년새 두배가 넘게 증가했다.

공사 이사회는 지난 연말 아라뱃길 사업 투자비를 조기 회수하기 위해 2천643억원 규모의 김포지구 항만시설 무상이용권 판매를 추가 의결했다. 수자원공사는 무상 이용권 판매속도를 높이고자 정상 판매가의 10%를 깎아주고 있다.
공사는 2012년 완공한 아라뱃길 사업에 참여해 경인·김포항 등을 건설하는데 2조7천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다.

항만을 건설한 대가로 정부로부터 1조5천억원 규모의 항만 무상이용 판매권을 획득했다. 항만 무상 이용권은 국가 항만시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쿠폰'이다.

이를테면, 화물·여객선을 운영하는 선사들이 수자원공사로부터 1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권을 사들인 뒤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항만(평택, 당진 등)을 무료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수자원공사가 이처럼 항만시설 무상 이용권 판매에 열을 올리지만, 아라뱃길 사업으로 조성된 경인·김포항의 물동량은 여전히 바닥 수준이다.

2012년 5월 전면 개통 이후 작년 5월까지 6년간 화물 404만t을 처리해 사업 계획(4천717만t) 대비 8.5% 수준의 실적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싼값에 항만 이용권을 구매한 선사들이 정작 경인·김포항 대신 다른 국가항만을 무료로 이용하는 셈이다.

아라뱃길 사업비를 회수하는 데 전국 국가항만이 직·간접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아라뱃길 사업에 투자한 비용을 조기 회수하는 차원에서 항만 무상이용권 판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10% 할인 정책으로 항만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