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이상지질혈증 치료에 쓰이는 의약품 '페노피브레이트'가 대사증후군 환자의 심혈관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고려대 안암병원(김신곤, 김남훈 교수, 이준영)·서울아산병원(한기훈) 공동 연구팀은 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코호트(2002∼2015)에 등록된 대사증후군 환자 2만9천771명을 페노피브레이트를 복용한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어 평균 30개월 추적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임상의학 국제학술지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최신호에 발표됐다.
이 연구에서는 페노피브레이트 복용군에서 심근경색증, 뇌졸중,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 대조군 대비 26% 낮은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이런 효과는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은 환자군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다만, 이 연구 결과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외국에서 진행된 두 차례의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페노피브레이트가 심혈관질환 위험을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과 상반된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전의 실패한 연구들은 제2형 당뇨병 환자라는 다소 제한적인 조건에서 중성지방이 높지 않은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했다"면서 "이번 연구는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대사증후군을 가진 한국인을 대상으로 효능을 증명한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는 "기존의 많은 연구와 진단, 치료의 기준들이 서양인에 맞춰져 있어 한국인에게 적용하기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면서 "스타틴 약물을 복용하고 있더라도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라면 페노피브레이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