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최고실세 부상한 폼페이오, '우크라 스캔들'로 위기

볼턴 해임 이후 '원톱'으로 승승장구하다 '탄핵 폭풍' 중심에 놓여
전문가 "폼페이오, 트럼프와 친하려 신념 굽히겠지만 매우 위험할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 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행정부의 최고 실세로 꼽히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위기에 몰렸다고 외신들이 3일(현지시간) 진단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를 청취했다는 이유로 미 하원의 탄핵 조사 증인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커졌고, 국무부 관료들의 의회 증언을 놓고도 민주당과 대립하는 등 이번 스캔들의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이날 '트럼프는 폼페이오의 권력행(行) 티켓이었는데 우크라이나로 화상을 입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최근 부침을 분석했다.

폴리티코는 "몇주 전만 해도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강력한 인물로 묘사됐다"며 "강하고 야심에 찬 그는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다른 최고위 관료들은 그만두거나 밀려났는데도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폼페이오는 "우크라이나 관련 탄핵 폭풍의 중심"에 서게 되면서 그의 상승세가 대가를 치르게 됐다고 폴리티코는 진단했다.

AFP 통신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깊이 빠진 트럼프 팀의 기둥 폼페이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승승장구하던 폼페이오 장관의 운세가 우크라이나 스캔들에서의 그의 역할로 어두워졌다고 진단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 출신인 폼페이오는 2010년 사업가에서 하원의원으로 변신했고,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맡았다가 지난해 4월 많은 정치인이 탐내는 국무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특히 지난달 10일 트럼프가 '슈퍼 매파'로 평가되는 볼턴 보좌관을 해임하면서 폼페이오는 트럼프 행정부 외교안보라인의 명실상부한 '원톱'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7월 25일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대선 라이벌인 조 바이든 부통령에 대한 조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통화를 함께 들었던 폼페이오도 곤경에 처하게 됐다.

폼페이오는 통화 내용을 잘 모른다는 식으로 자신의 정확한 역할에 대한 질문을 회피하다가 결국 지난 2일 통화 청취자 가운데 한 명임을 시인했다. 그는 다만 "미국 정책의 우선순위에 중점을 둔 합법적인 대화"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하원의 국무부 관료 증언 요청에 대해서도 지난 1일 민주당 엘리엇 엥걸 외교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현 가능하지 않다"면서 "국무부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협박하고 괴롭히고 부적절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로밖에 이행되지 않는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폼페이오의 이런 행동에 대해 하원의원들은 물론 다수의 외교관도 국무부 직원들에게 침묵하라고 겁을 주는 또 다른 방식으로 해석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민주당 소속 하원 3개 상임위 위원장들은 탄핵 조사를 방해하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통화를 청취한 폼페이오도 탄핵 조사 증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아가 밥 메넨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탄핵 조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은 물론 일반적인 외교 정책까지 폼페이오가 우크라이나 관련 모든 사안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AF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지난 3월 폼페이오에게 우크라이나 서류 일체를 넘겼다고 밝혔다는 점을 들어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서류 조사로 폼페이오가 하원의 소환장을 받을 가능성을 점쳤다.

탄핵 가능성을 조사하는 하원 위원회는 이 서류 일체를 "허위정보, 잘못된 음모론, 근거 없는 혐의로 구성된 패키지"라고 보고 있다고 AFP는 덧붙였다.

다만 내년 상원의원 출마 가능성은 물론 오는 2024년 대선후보로까지 거론되는 폼페이오의 공화당 내 입지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인해 손상됐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고 폴리티코는 평가했다.

이 매체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밀감을 과시하는 것은 대부분의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승리 전략으로 남겠지만, 인기 없는 대통령과의 포옹은 미래의 민주당 라이벌에게 논란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토머스 라이트 대외정책 분석관은 "폼페이오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깝기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며 "그는 트럼프와 친하게 지내기 위해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굽힐 것이다. 그것은 정치적으로 유리하지만, 매우 위험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