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며 진술조서 날인도 안한 정경심…"전례없는 특혜"

4일 조사 불발…'황제 소환'

논란"날인 없으면 증거 능력 없어
재소환돼 기존 발언 부인하면
조사 처음부터 다시 해야"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 3일 첫 검찰 소환조사에서 “몸이 아프다”며 조사를 중단한 뒤 피의자 진술조서에 날인하지 않고 귀가한 것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서 ‘전례없는 특혜’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교수는 이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조사를 받다가 건강상 문제를 호소해 오후 5시께 조서에 날인도 하지 않고 돌아갔다. 이날 오전 9시 조사가 시작된 뒤 정 교수는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보냈고, 점심 시간을 빼면 실질적 조사 시간은 6시간에 불과했다는 게 검찰 측 입장이다. 정 교수는 조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 사모펀드 의혹, 사학재단(웅동학원) 비리 의혹 등 세 가지 의혹에 모두 관여한 핵심 피의자다.피의자가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진술한 내용은 서류로 남겨진다. 조사가 끝나면 피의자는 이 서류(조서)를 검토한다. 본인의 의도와 취지가 조서에 제대로 적혀 있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검찰에 수정을 요청할 수 있다. 조서 검토 작업을 마친 뒤 피의자가 서명하면 그때 비로소 이 조서가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부여받는다.

검찰은 조만간 정 교수를 재소환해 날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정 교수의 건강 문제 때문에 조사를 중단했더라도 정 교수의 변호인이 남아 조서를 확인하고 날인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교수가 날인도 하지 않은 채 귀가하면서 이날 정 교수에 대한 검찰 조사는 법적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검찰은 이날 조사를 영상으로 녹화해놨지만 재판에서 증거로선 효력이 없다.

형사법학회의 한 교수는 “정 교수가 재소환되더라도 기존 발언을 부인한다면 검찰은 조사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도 “날인도 찍지 않은 채 돌려보낸 것은 검찰 수사 역사상 전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한편 정 교수는 4일 검찰에 출두해 조사받을 예정이었지만 병원에 재입원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정 교수 변호인단은 이날 정 교수의 2004년 두개골 골절상, 여섯 살 때 우안 실명 등의 사유를 들어 검찰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검사와 눈을 마주치기 힘들고 어지럼증과 구토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이인혁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