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관세 전쟁, 시장 영향은 제한적

박제연의 글로벌 브리핑 (52)
미국이 유럽연합(EU)과 무역 전쟁에 나섰다. 기존 미·중 무역분쟁에다 EU와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불안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유럽을 압박할 때만 해도 단순히 대미 무역 흑자를 해소하라는 일방적인 주장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세계무역기구(WTO)까지 등에 업은 상황이어서 실제 관세 부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EU에서 에어버스에 지급한 정부 보조금이 WTO 협정에 위반된다며 제소했고 이 같은 다툼은 무려 2004년부터 15년을 끌었다.

EU도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곧바로 보복 관세를 매기겠다는 것. 내년에는 미국 보잉에 대한 정부 보조금 관련 WTO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이번 분쟁 자체가 ‘피장파장’ 격이 될 가능성도 있다.미국이 아직 칼을 제대로 뽑아든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시장에 주는 충격도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WTO는 EU의 보조금 지급에 대한 보복 관세를 100%까지 허용했으나 미국이 발표한 추가 관세는 항공기 10%, 농산물 등 다른 품목 25% 등으로 훨씬 낮은 수준이다. EU와의 갈등을 키우기보다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제스처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과 EU가 상호 보복 관세 부과라는 전면전으로 확대되더라도 그 시점은 보잉에 대한 WTO 판결이 나올 내년이 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이 이번 에어버스 판결을 통해 관세 부과 동력을 얻은 만큼 EU도 비슷한 명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번 이슈가 분명 시장에 공포를 줄 만한 사안이긴 하지만 단기 재료로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