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3홀서 3타 뒤집기…장하나, 짜릿한 '역전 드라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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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6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6557야드) 18번홀(파5). 단독 선두 이다연(22)에게 한 타 뒤져 있는 장하나(27)가 세 번째 샷을 하자 갤러리들로부터 함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이다연이 홀에서 10m 이상 떨어진 그린 에지에 공을 보낸 반면 장하나의 공은 홀에서 5㎝도 안 되는 거리에 멈춰섰다. 이다연이 2퍼트를 하면 연장 승부, 3퍼트 이상을 하면 이번 시즌 첫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 갤러리와 선수, 대회 관계자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이다연이 퍼터로 밀어낸 공은 홀 왼편을 스쳐 지나갔다. 연장 가능성이 커진 순간. 하지만 3m가량 떨어진 거리에서 한 두 번째 퍼트가 왼쪽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장하나의 우승은 이렇게 확정됐다.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1년6개월 만에 통산 11승장하나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하나금융그룹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을 제패하며 초대 챔피언에 올랐다. 지난해 4월 KLPGA챔피언십 이후 1년6개월 만에 수확한 통산 11승. 이번 시즌 우승은 처음이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준우승만 세 차례 한 설움도 떨치게 됐다.
18번홀서 천금 같은 버디 잡아
파 퍼트 놓친 이다연 제치고 역전
최종 라운드는 시즌 3승에 도전하는 이다연과 이번 시즌 무관의 설움을 끊어야 하는 장하나, 김지영(23) 간 경쟁 구도로 흘러갔다. 김지영은 2017년 5월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이자 마지막 우승을 챙긴 뒤 이번 시즌엔 준우승만 두 차례 했다.
가장 공격적인 건 이다연이었다. 1번홀(파4) 버디를 시작으로 2번홀(파4), 3번홀(파3)에서도 한 타씩 줄였다. 3연속 버디를 잡고는 김지영과 공동 선두를 형성했다. 이후 잠잠하던 리더보드는 7번홀(파5)에서 요동쳤다. 김지영이 더블보기를 범해 두 타를 내줬지만 이다연은 버디를 잡아 달아났다. 8번홀(파3)에서 다시 희비가 엇갈렸다. 티샷을 벙커로 보낸 이다연이 2온 3퍼트를 하면서 순식간에 두 타를 잃고 버디를 잡은 장하나에게 선두를 허용했다.이다연은 10번·11번홀(이상 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기세를 올렸지만 16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가파른 경사면에 공이 박히면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해 1벌타를 받고 벙커에서 네 번째 샷을 했다. 공은 그린에 올라갔지만 더블보기를 범해 2위와 격차가 1타 차로 줄었다. 장하나는 1타 뒤진 채 맞은 마지막 홀에서 세 번째 샷을 이글성으로 홀에 바짝 붙여 우승을 거머쥐었다.
상금 랭킹 지각변동
장하나가 우승하면서 상금 랭킹도 지각변동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번 대회 우승 상금은 3억7500만원으로 다른 대회의 두 배를 약간 넘는다. 이 대회 전까지 상금 약 4억1837만원으로 12위였던 장하나는 상금 순위 2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는 현재 7위에서 공동 3위로 올라설 전망이다.세계 랭킹 1위 고진영(24)은 최혜진 등과 함께 7언더파 공동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루키로서 시즌 2승을 가장 먼저 거둔 임희정(19)은 3언더파 공동 12위, 신인상 포인트 1위 조아연(19)은 1오버파 공동 23위로 각각 대회를 마감했다. 최종합계 7언더파를 적어낸 이가영(20)은 정규 대회 생애 첫 홀인원을 기록하는 짜릿한 손맛을 봤다. 8번홀(파3)에서 친 티샷이 핀 우측에 떨어져 경사면을 타고 구른 뒤 그대로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인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