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디스플레이의 미래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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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도전 거센 디스플레이디스플레이의 역사는 인간이 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선명하고 생생한 화질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는 연구자들의 꾸준한 개발과 상용화 노력을 통해 많은 기술적 진보를 이뤄냈고, 이런 개선 노력은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다. 전기전자·화학화공·물리광학 분야 등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요소는 많이 있지만, 디스플레이의 근원적 속성인 색이나 빛을 내는 구성 요소에서 소재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초격차 위한 미래소재 개발 절실
'퀀텀닷' 기술이 그 해답 될 수도"
차국헌 < 서울대 공과대학장 >
디스플레이를 대표하는 핵심 소재들을 발전 단계별로 살펴보면 과거의 브라운관은 화면에 도포된 인광 물질이고, 현재 상용화된 디스플레이 중 LCD(액정표시장치)는 빛의 세기를 조절하는 액정과 색을 걸러주는 컬러필터이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전류를 받았을 때 빛을 발생하는 유기물질이다.핵심 소재 사용에 따라 단점도 존재한다. LCD는 휘도와 명암비 저하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고, OLED는 ‘번인(burn-in)’ 현상에 따른 색감 저하와 짧은 수명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꾸준히 연구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가장 혁신적인 소재로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이 주목받고 있다.
퀀텀닷은 지름이 2∼1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크기의 초미세 반도체 입자로,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인 원자 15∼150개 크기 수준에 불과한 단일 결정을 말한다. 1970년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태양전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미국 벨연구소의 루이스 브루스 박사 등이 처음으로 ‘양자갇힘현상’에 의해 빛을 발광하는 현상을 발견했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퀀텀닷은 전기나 빛 에너지를 받으면 빛을 발하는 특성이 있으며, 가시광선 영역에서 입자 크기가 클수록 빨간색, 작을수록 파란색에 가까운 빛을 만들어 낸다.
달리 말하면 퀀텀닷 입자의 크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 전체에 걸쳐 원하는 색깔을 정확하게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디스플레이에 적용되고 있다. 퀀텀닷을 형광물질 혹은 발광물질로 사용해 디스플레이 특성을 향상시키거나 디스플레이 자체로 활용하는 것을 퀀텀닷 디스플레이라고 한다.국내 기업들도 수년 전부터 퀀텀닷 소재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퀀텀닷 소재를 필름 형태로 사용하는 디스플레이는 이미 상용화됐고, 디스플레이 해상도를 결정하는 화소에 직접 퀀텀닷 소재를 적용한 디스플레이 또한 국제 전시회에서 시제품으로 전시돼 우수한 색재현성과 무한대의 명암비까지 갖춘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임을 증명했다.
학계에서도 디스플레이 화소에 퀀텀닷 소재를 직접 적용하는 것에 대한 이론적인 정립은 이미 확보됐다고 보고 있다. 기업체에서는 투자를 통해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산·학·연이 상호 협력해 공정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활동에 집중해 디스플레이 종주국으로 쌓아온 국가적인 노하우를 적용한다면 퀀텀닷을 이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머지않은 시간 내에 실현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과의 디스플레이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향후 퀀텀닷과 같은 미래 소재기술 연구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퀀텀닷 소재는 유럽이나 미국 기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수년 전부터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도 학계와 함께 개발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 의미 있는 결과물들이 속속 도출되고 있다.이와 함께 정부도 최근 한·일 무역 마찰을 계기로 국내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강한 지원 의지를 보여주고 있어, 미래 소재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LCD가 주력인 대형 디스플레이산업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현 상황은 퀀텀닷 디스플레이와 같은 차세대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투자, 산·학·연 협력연구 그리고 정부의 과감한 지원의 선순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