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마스크'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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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인들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 반대 시위가 넉 달째 이어지는 가운데 홍콩 정부가 시위 확산을 막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을 시행하자 시민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14세 소년이 경찰 총에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18세 고교생 피격에 이은 두 번째 유혈 사태다.
홍콩에서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1년 징역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의학·종교적 이유로 마스크를 쓴 경우에도 경찰이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나는 마스크를 쓸 자유가 있다. 정부는 폭정을 중단하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문명국 중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10여 개국에 관련 조항이 있긴 하지만, 폭력과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원천적으로 복면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1800년대 소작농들이 인디언으로 변장해 지주나 보안관을 공격하는 일이 많자 이를 막기 위해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1900년대에 신설한 규제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의 폭력 행위에만 적용했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이는 특정 종교를 탄압하려는 게 아니라 정교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조치다. 마스크 금지 조항은 없다. 독일은 폭력·테러 상황만 아니면 어디서든 복면을 허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복면금지법이 추진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민주노총 조합원 6만여 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화염병 700여 개를 던진 사태로 촉발됐다. 이후 2006년과 2009년, 2015년에도 법안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임기 만료’ 등으로 다 폐기됐다.성숙한 사회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 각목 등을 동원한 폭력 시위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처음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의도된 폭력’은 더욱 그렇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명(名)판사 올리버 웬델 홈스는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다른 사람의 코앞에서 끝난다”는 말로 자유의 한계를 명쾌하게 정의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홍콩에서 복면금지법을 어기면 최고 1년 징역이나 2만5000홍콩달러(약 380만원) 벌금형에 처해진다. 의학·종교적 이유로 마스크를 쓴 경우에도 경찰이 마스크를 벗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나는 마스크를 쓸 자유가 있다. 정부는 폭정을 중단하라”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문명국 중에서 복면금지법을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미국 캐나다 독일 등 10여 개국에 관련 조항이 있긴 하지만, 폭력과 테러 방지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원천적으로 복면을 금지하지는 않는다. 미국은 1800년대 소작농들이 인디언으로 변장해 지주나 보안관을 공격하는 일이 많자 이를 막기 위해 부분적으로 도입했다. 1900년대에 신설한 규제는 백인 우월주의 단체 KKK단의 폭력 행위에만 적용했다.
프랑스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히잡 착용을 금지했다. 이는 특정 종교를 탄압하려는 게 아니라 정교분리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위한 조치다. 마스크 금지 조항은 없다. 독일은 폭력·테러 상황만 아니면 어디서든 복면을 허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복면금지법이 추진된 적이 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03년 민주노총 조합원 6만여 명이 모인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검은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화염병 700여 개를 던진 사태로 촉발됐다. 이후 2006년과 2009년, 2015년에도 법안이 나왔지만 국회에서 ‘임기 만료’ 등으로 다 폐기됐다.성숙한 사회에서는 집회·시위의 자유와 권리가 완전히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쇠파이프와 화염병, 각목 등을 동원한 폭력 시위는 명백한 불법이므로 엄하게 다뤄야 한다. 처음부터 ‘흉기’를 소지하고 불법을 저지르는 ‘의도된 폭력’은 더욱 그렇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명(名)판사 올리버 웬델 홈스는 “당신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다른 사람의 코앞에서 끝난다”는 말로 자유의 한계를 명쾌하게 정의했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