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 입주 폭탄에도…하남 전셋값 '이상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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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등 '청약 대기'서울 강동구발(發) 입주폭탄 등의 영향으로 전세가격 약세가 예상됐던 경기 하남시 일대 전셋값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 미사신도시 등에서 진행된 대규모 입주가 마무리된 데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확대 시행 방침에 따라 서울에서 당첨 가능성이 희박해진 30~40대 예비청약자들이 3기 신도시 공급을 겨냥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공급 부족에 공공분양 호재가 겹친 경기 과천시 역시 주간 전세가격 상승률이 1%까지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하남 1순위 통장 7만여개 불과
"서울에 비해 당첨확률 높다"
집값 불안 무주택자 몰려
흔히 입주물량이 많으면 전세가격은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현지 시장 분위기는 시장의 예상과 다르다. 지난해 초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던 전세가격은 지난 7월을 기점으로 상승 반전하더니 매주 상승폭을 크게 키우고 있다. 7월 이후 누적 상승률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인 4.67%에 달했다. 지난주엔 0.53% 올라 전주(0.38%)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하남시에 걸쳐 있는 위례신도시 내 단지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학암동 ‘신안 인스빌아스트로’는 4~5월 5억1000만원 수준이었던 전용면적 96.99㎡가 지난달 30일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엠코타운 센트로엘’ 전용 98.75㎡도 4월 말에 비해 1억원 비싼 6억원에 지난달 계약이 성사됐다. 하남 미사신도시 역시 ‘미사강변센트럴자이’ 등을 중심으로 최대 5000만원가량 오른 가격에서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유영금 금탑공인 대표는 “미사신도시 입주가 소진됐고 학군 수요가 많은 위례신도시에서도 수요 대비 전세 공급이 달리는 상황”이라며 “계절적 수요가 사라지는 연말까지는 강세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하남시와 비슷한 시기에 상승 반전한 과천시도 열기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지난주엔 0.91% 올라 전주(0.42%)보다 두 배 이상 상승폭이 커졌다. 7월 이후 누적 상승률은 5.8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서울의 전세가격은 0.50%, 경기도는 0.26% 오르는 데 그쳤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9㎡는 5월 대비 2억원가량 비싼 8억6000만원에, 별양동 ‘래미안과천센트럴스위트’ 전용 59.69㎡는 1억원 비싼 8억3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별양동 K공인 관계자는 “나오기만 하면 무섭게 전세계약이 되면서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과천시의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총 4만6175명(1순위 가입자 2만9788명), 하남시는 12만5254명(6만9368명)이다. 1순위 가입자 수만 362만 명에 달하는 서울과 비교하면 당첨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서울 당첨가점이 60점대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며 “가점이 높지 않은 가구는 경쟁 상대가 적은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청약하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청약 수요로 전셋값이 지나치게 오르면 기존 거주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내 신축공급 부족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급에 대한 우려가 수도권 전역으로까지 확대해석되는 경향이 있다”며 “다수의 예비청약자들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도권 일부 지역의 청약가점 역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