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묻으면 안 돼요"…살처분 돼지 매몰 전전긍긍

김포서 주민 반발로 돼지 매몰 연기하고 대체 장소 물색
경기도 김포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살처분이 잇따라 진행되면서 매몰자리가 부족한 상황까지 발생해 방역당국이 애를 태우고 있다.7일 김포시에 따르면 월곶면 포내리 한 양돈농장은 이날 방역당국과 함께 돼지 4천마리를 살처분·매몰하려다가 주민 반발에 부딪혀 일정을 연기했다.

이 농장은 ASF 확진 판정을 받지 않았지만,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김포지역 모든 돼지를 살처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돼지들을 살처분하기로 했다.

그러나 돼지 사체 매몰 지점이 농장 주변이 아닌 농장에서 3㎞가량 떨어진 논으로 알려지면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주민들은 이 논 인근에 보행로와 주택들이 있어 매몰용 탱크 등 시설이 들어서면 주민들에게 혐오감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 A씨는 "살처분한 돼지들은 농장 자리나 인근 지역에 매몰하게끔 돼 있는데 왜 먼 곳까지 나와서 매몰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곳에 돼지 사체를 묻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당국과 해당 농장 농장주는 축사 시설 때문에 농장 부지에는 살처분한 돼지를 묻을 공간이 없다며 주민들을 달래고 있다.하지만 주민들이 매몰작업 차량 등을 막아서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이날 매몰작업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해당 논은 양돈농장 농장주 소유의 땅"이라며 "주민 반발이 심해 매몰 장소를 다른 곳으로 알아보기로 했지만 돼지 4천마리나 묻을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ASF는 지난달 17일 파주시에 처음으로 확진된 이후 이달 3일까지 총 13건 발생했다.김포에서는 2건이 발생했으며 현재 ASF 확산 예방을 위한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까지 수매 신청된 돼지는 3천290마리다.

수매 뒤 남은 돼지는 살처분이 추진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