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협상회의 이르면 10일 가동…사법·정치개혁안 '고공 협상'

여야, 당대표·원내대표 '투트랙' 협상으로 '정치실종상황' 돌파 의지
지도부 '대타협'으로 검찰개혁 등 해법 모색…입장차 커 험로 예상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라타 있는 사법개혁안과 정치개혁안을 다루기 위해 '고공 협상 체제'를 가동할 전망이다.서초동과 광화문에서 연이어 열린 대규모 집회 등 '여의도 정치'는 사라지고 '광장 정치'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점차 거세지자 여야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되찾기 위해 움직이는 모양새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자유한국당 황교안·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심상정·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구성하기로 합의한 정치협상회의는 이르면 10일 처음 열릴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은 문 의장이 국제의회연맹(IPU) 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는 13일 이전 회의를 열기로 했다.실무적 준비 등을 고려하면 이번 주 후반인 10∼12일 사이 첫 회의 개최가 유력하다.

국회 관계자는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첫 회의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조율이 필요한 상황인데, 오늘 중에는 준비가 완료되지 않아 어렵다"며 "목·금·토요일 중 하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협상회의는 문 의장과 5당 대표가 기본 참석 대상이며, 허심탄회한 논의를 위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정례·수시로 전체회의 혹은 양자회의를 열고 사안별로 실무협의도 진행할 예정이다.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 선거제도 등 정치개혁을 우선적 의제로 다루되 회의 참석자 다수의 요구가 있으면 정치 현안 전반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다.

정치협상회의로 여야 5당 대표 간 소통에 물꼬가 트이면 향후 문재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이 만나는 '영수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여야 간 대표급들이 대통령을 포함해 언제든지 필요하다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 대표 단위의 정치협상회의와 함께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단위의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전날 회동 후 검찰개혁 관련 법안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전날 "정례적으로 원내대표가 만나고 있고 필요하면 그 분야를 잘 아는 의원을 참여시켜 할 수 있고 개방적으로 운영하면 될 것 같다"고 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다음주부터 각 당 원내대표와 관련 의원들로 구성된 '3+3' 회의에서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여야가 이처럼 사법개혁·정치개혁 문제를 풀기 위해 당 대표·원내대표 단위의 '투트랙 고공 협상'을 가동하기로 한 데에는 '정치 실종'에 대한 여론 악화가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국 법무부 장관 찬반을 둘러싸고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등 '진영 대결' 양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여야는 쟁점이 된 검찰개혁 등과 관련해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사법개혁안은 이달 말, 정치개혁안은 다음 달 말 국회 본회의에 올라간다.

이 역시 아직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조 장관 논란으로 '진영 대결'이 격화되는 가운데 사법개혁안·정치개혁안 본회의 처리 문제까지 닥치면 갈등 상황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갈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야 모두에 팽배하다.

문 의장은 "정치 실종의 장기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질타했고, 여야는 결국 지도부 차원의 '대타협'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협상 창구를 마련하게 됐다.

그러나 실제 이 방식으로 여야가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각 당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어서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와 함께 검찰개혁에 초점을 맞춰 정치권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장관이 수장으로 있는 법무부와 함께 검찰개혁 방안을 끊임없이 검토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한국당은 조 장관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검찰 장악', '조국 물타기'라고 규정하며 평가절하하고 있고, 대통령을 비롯한 집권 세력으로부터 검찰 예산과 인사를 독립시키는 방식의 개혁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의 경우 각 당의 자체 방안이 있지만 조율 과정이 순탄치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선거제 개혁안 역시 한국당이 여야 4당이 마련한 안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험로가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