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난 GE, 2만명 퇴직연금 동결

연금 적자 80억달러 해소 기대
아직 60만명은 회사가 평생 지급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애물단지’인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지급을 동결했다. 제너럴모터스(GM) 델파이 등 많은 기업을 파산에 몰아넣었던 막대한 연금 부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다.

GE는 7일(현지시간) 2만여 명의 직원에 대해 기존 퇴직연금 지급을 동결하고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퇴직자가 사망할 때까지 회사가 지급하는 기존 제도 대신 근로자가 자기 연금을 책임지고 운용하는 401k로 돌려 회사 측 부담을 줄인 것이다. 또 연금 수급이 시작되지 않은 약 10만 명의 퇴직자에게는 일시불로 연금을 주기로 했다. GE는 이번 제도 변경으로 연금 적자를 최대 80억달러, 순 부채는 최대 60억달러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1980년대 이전 미국 기업들은 DB형 퇴직연금 제도를 운용했다. 퇴직자가 사망할 때까지 근로기간에 따라 평생 연금을 줘야 했다. 이에 따라 2000년대 들어 고령화, 저금리가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연금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동차 부품사인 델파이는 2005년 연 매출의 30%를 넘는 연금 지급액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보호를 신청하기도 했다. 결국 GM 버라이즌 제너럴일렉트릭 IBM 보잉 등 대기업들은 2000년대 초·중반 401k로 전환했다. 하지만 GE는 2012년부터 신입 직원들의 가입만 막고 이 제도를 계속 운용해왔다. 컨설팅사 윌리스타워왓슨에 따르면 2017년 포천 500 기업 중 단 16개사만이 신입사원에게 DB형 퇴직연금을 제공하고 있다. 1998년 238개에서 대폭 줄어든 수치다.GE는 2018년 말 연금 적자가 270억달러에 달했다. 다만 GE는 여전히 60만 명 이상의 퇴직자 등에게 평생 연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이번 변경은 퇴직자와 이미 연금을 받기 시작한 사람, 생산직 근로자 및 노조 소속 근로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