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의학상 수상자들이 연구한 HIF 활용 '2兆 빈혈약' 나온다

록사두스타트 中·日 시판허가
2023년 매출 19억弗 예상
세계적 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애널리틱스는 올초 주목할 만한 블록버스터 신약 중 하나로 빈혈약 록사두스타트를 꼽았다.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미국 피브로젠, 일본 아스텔라스가 함께 개발한 이 약은 올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이 밝혀낸 저산소유도인자(HIF) 시스템을 활용한 약이다. 중국 일본 등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이 약의 2023년 예상 매출은 19억7000만달러(약 2조3521억원)다.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들의 연구 결과가 수조원의 시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수상자인 윌리엄 케일린 주니어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피터 랫클리프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그래그 서멘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HIF 시스템을 발견하고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HIF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연구했다.

이를 활용한 치료제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것은 신장질환자를 위한 빈혈약이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록사두스타트는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 허가도 받았다. 국내에서도 임상 3상이 끝나 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신석균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신장투석 환자와 만성신장질환자는 적혈구생성인자(EPO)를 늘리기 위해 적혈구생성자극(ESA) 주사를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며 “이를 먹는 약으로 바꾼 데다 부작용이 적기 때문에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내 투석 환자는 10만 명, 만성신부전 환자는 1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철분 대사에 문제가 생겨 빈혈 증상을 호소한다. 이를 치료하는 ESA 정맥주사는 1세대에서 3세대로 발전하면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주기가 주 2~3회에서 한 달에 한 번으로 점차 길어졌지만 부작용도 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계속 올라가거나 균일하게 약효를 내지 않는 사례도 있다.일본 다나베미쓰비시의 바다두스타트, GSK의 다프로두스타트 등도 HIF를 활용한 먹는 빈혈약이다. 일본 허가를 앞두고 있다. HIF는 많아도, 적어도 문제가 된다. 이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다른 질환 치료에 활용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국내 바이오기업들도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HIF를 활용해 염증성 장질환을, 올리패스는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