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檢 부당한 별건수사·출석조사 제한"…법조계 "가족 지키려 졸속 개혁안 내놔"

조국, 검찰개혁 방안 발표

'부당한 별건' '수사 장기화' 등
명확한 기준 안 밝혀 논란
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부당한 별건수사와 수사 장기화를 제한하는 등 검찰의 수사 관행을 인권 친화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또한 특수부를 반부패수사부로 이름을 바꾸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 세 곳의 검찰청에만 유지하기로 했다. 법무부는 당장 이달부터 관련 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날 발표한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져 ‘졸속 개혁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조 장관은 △장시간 조사 및 심야 조사 금지 △부당한 별건수사 제한 △수사 장기화 제한 등을 ‘신속 추진과제’로 지정해 이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얼마나 수사가 진행됐을 때를 ‘수사 장기화’로 볼 것인지” “‘부당한 별건’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등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법조계에선 조 장관이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이 공개소환 폐지, 심야조사 금지 등 자체 개혁안을 잇달아 제시한 것을 의식해 설익은 대책이나마 급히 내놓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장도 전날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검찰이) 하나씩 이슈를 선점해 가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조 장관 가족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셀프 개혁안’이라는 비판도 거세다. 조 장관은 이날 △출석조사 최소화 △피의자의 열람등사권 확대 △피의자 신문 시 변호인 조력권 강화 등 방침도 발표했다. 현재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 등이 검찰 소환조사를 받고 있고, 조만간 조 장관 본인도 검찰 출석이 예상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규정 개정을 한다는 것이 바로 이달부터 시행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며 “조 장관 수사와는 관련없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관이 이 같은 방침을 밝힌 순간부터 일선 수사팀은 압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권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법조계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상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건에 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다”며 “법무부가 감찰권한을 강화한다는 것은 감찰을 명분으로 어떤 사건의 수사 기록이든 가져오라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해 조 장관이 직접 자신의 수사 기록을 열람하는 것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국세청, 경찰, 국가정보원, 금융감독원 등 대다수 독립적인 사정기관은 모두 자체 감찰권을 갖고 있다.

특수부를 축소하고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는 것에 대한 검찰 내 반발도 나왔다. 조 장관은 “특수부를 축소하겠다는 대검 제안이 있었고, 특별 수사란 말이 일반 수사보다 우월하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한 검찰 관계자는 “특수부가 축소되면 비리 혐의가 있는 고위공직자와 기업인 등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며 “야근한다고 월급 더 받지도 못하고 자긍심 하나로 버텨온 다수의 특수부 검사들이 상처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조 장관이 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면서 특수부 폐지, 감찰권 회수 등의 개혁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그때와 지금 달라진 환경은 본인이 수사 대상자라는 사실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인혁/안대규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