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가 'AI 비서'…스스로 난방·환기, 스마트 거울로 건강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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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품격 높인 '3세대 아파트'라이프스타일과 주거문화의 변화로 새 아파트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 같은 면적의 주거공간이라도 바뀐 생활패턴에 맞춰 설계가 달라지고, 첨단기술이 접목되면서 20년 전 아파트, 10년 전 아파트와 전혀 다른 신축 아파트가 탄생하고 있다. 새 아파트의 진화는 과거와 달라진 생활환경, 소비자의 취향과 가구 구성원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부들의 동선에 맞춘 평면이나 단지 내 조경 등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홈 네트워크 시스템과 사물인터넷(loT)으로 스마트홈을 구축하는 등 첨단화하는 추세다. 또한 1~2인 가구부터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까지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신평면이 등장하고 있다.
사물인터넷·인공지능 시대 아파트의 진화
3베이·4베이에서 ‘맞춤설계’로건설사들은 최근 새 아파트에 선택의 폭을 넓힌 수요자 ‘맞춤 설계’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부와 자녀들로 이뤄진 4인 가족 구성원이 일반적이었고 이에 맞춘 평면이 인기를 끌었다. 1980년대 2베이에서 2000년대 후반 4베이까지 늘어났다. 베이(bay)란 아파트의 전면부 공간을 말한다. 3베이라면 거실, 방 2개 등 3개 공간이 전면을 향해 설계된 구조다. 최근에는 5베이까지 등장했다. 민간참여형 공공분양 아파트인 GS건설의 ‘광주역 자연&자이’와 과천주공 1단지를 재건축하는 ‘과천 푸르지오 써밋’ 전용면적 84㎡에는 5베이 설계가 포함됐다.발코니 평면도 진화했다. 거실과 주방 등 전·후면에만 들어가는 2면 발코니에서 최근에는 침실 옆의 측면에도 적용되는 3면 발코니까지 등장했다. 설계 구조상 일부 가구에만 적용되는 특화 설계지만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발코니가 추가되며 넓어지는 공간은 알파룸, 테라스 등으로 꾸며지고 있다. 서재 또는 영화관으로 꾸밀 수 있는 공간 알파룸과 전원주택의 장점을 아파트에서 누릴 수 있는 테라스 공간은 구축 아파트와 신축 아파트의 큰 차별성이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건설사도 수요자 취향에 따라 방 개수, 크기 등을 변경할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녀가 없는 딩크(DINK)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펫팸(Pet-fam)족, 결혼 후 독립했다가 다시 부모님 세대와 재결합해 사는 리터루(Retu-roo)족 등 세분화되는 가족 수요를 겨냥한 포석이다.지난 8월 서울 동작구에서 분양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은 리뉴얼된 푸르지오의 설계인 가변형 벽체 구조가 타입별로 적용됐다. 4월 경기 하남에서 분양한 ‘감일 에코앤 e편한세상’도 각 침실의 크기와 거실을 취향대로 구성할 수 있다. 대림산업의 C2 하우스가 처음으로 적용된 아파트다. 대림산업은 4월부터 신규 주거 플랫폼인 ‘C2 하우스’를 적용한 새 아파트를 공급하고 있다. C2 하우스는 수요자 성향과 개성에 맞춰 평면 레이아웃을 변경할 수 있어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한 평면이다.
롯데건설도 올초 새로운 주거공간 평면인 ‘아지트(AZIT) 2.0’과 ‘드림 라이프 패키지(Dream Life Package)’ 등을 내놨다. 5월 서울 성북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클라시아’는 새로운 평면이 처음으로 적용돼 캐슬홈가든 등 다양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 접목된 스마트홈 기술최첨단 정보기술(IT) 외 loT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홈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거실에는 인공지능(AI) 스피커와 연동된 맞춤형 모드가 제공된다. 드레스룸에 설치된 스마트 미러는 뉴스, 대중교통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체중계와 연동돼 체중, 체수분 등 건강상태도 체크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음성인식 기술까지 적용되고 있다. IoT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첨단 ‘하드웨어’를 집 안에 설치하면 사용자는 직접 움직이지 않고 말만 하면 조명, 난방, 빌트인 기기 등을 모두 제어할 수 있다.올 들어 많은 건설사가 통신사와의 기술 협약으로 이뤄진 인공지능 아파트를 선보였고 분양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물산은 6월 분양한 부산 연지동 ‘래미안 어반파크’에 IoT 기술과 주거시스템을 접목한 ‘래미안 IoT 플랫폼’을 최초로 적용했다. 개별 기기를 편리하게 조작하는 것을 넘어 ‘나만의 맞춤형 환경’을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IoT 도어록, 스마트 인포 디스플레이, 스마트 미러, 음성인식 조명 스위치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 유수의 정보기술(IT) 기업과 협업해 단지 내 주거 시스템과 스마트가전, 음성인식 AI 스피커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했다. 얼굴인식, 지문인식,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문을 열 수 있다.
7월 반도건설이 KT와 협약해 선보인 정보통신기술(ICT) AI 서비스를 처음으로 적용한 의 경우에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 대 1, 최고 54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는 ‘KT기자지니 버디’ 단말이 제공돼 조명, 난방 등 세대 기기뿐만 아니라 엘리베이터 호출, 공지사항 조회 등 공용부 기능까지 모두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다. 같은 달 대우건설이 IoT와 음성인식 기능을 접목한 ‘AI 스마트홈’을 처음으로 적용한 ‘철산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 청약에서 평균 18 대 1, 최고 3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우건설의 ‘AI 스마트홈’은 네이버, LG유플러스와 업무협약을 맺어 구축한 서비스로 AI 음성인식 스피커를 통해 홈네트워크 시스템은 물론 개별적으로 구매하는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의 가전까지 제어가 가능하다.
건설사별 ‘미세먼지 차단’ 시스템 적용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홈 구축에서 미세먼지 저감 시스템도 필수가 됐다. 현대건설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토털 솔루션 ‘H 클린알파(Clean α)’를 선보였다. 지난해 외부의 미세먼지가 아파트 입구부터 원천적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미세먼지 필터 공간 역할을 하는 기능성 현관인 ‘H 클린현관(H Entrance)’을 개발했다. 단지 내 실내 커뮤니티 공간에는 미세먼지로 인해 외부 활동에 제약을 받는 아이들을 위한 ‘H 아이숲(H i_forest)’도 조성한다. 천장형 공기청정기를 기본으로 산소발생기와 피톤치드 분사기 등이 설치돼 야외 숲에서 산림욕 하듯 쾌적한 공기질을 유지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미세먼지에 관한 국민적인 우려가 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다양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중공업은 최근 분양한 대구 해링턴 플레이스 감삼에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내부 공기를 순환시키는 세대환기모드, 내부순환기능 등 다기능 복합시스템을 도입했다. 99.95% 초미세먼지까지 완벽하게 제거해주는 프리필터와 헤파필터도 적용된다. 포스코건설은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에 특허 상품인 항균 황토덕트를 적용해 공기 통로의 청결까지 신경 쓰는 클린 스마트홈 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GS건설은 환기형 공기청정 시스템 ‘시스클라인(Sys Clein)’을 도입했다. 홈 네트워크 시스템과 IoT로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환기 시스템을 자동으로 작동시킨다.HDC현대산업개발은 loT 클린에어 시스템으로 아파트 천장에 설치된 공기질 측정기로 실내외 공기 상태 정보를 입주자에게 제공하고 실내 공기질 관리를 돕는다. 롯데건설은 미세먼지 제거용 필터를 초미세먼지까지 제거할 수 있는 헤파필터를 채택했다. 환기 시스템은 24시간 자동으로 운전되며 이 시스템으로 집 안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라돈, 휘발성 유기화합물, 이산화탄소까지 다양한 오염물질을 신속하게 제거하도록 공기청정 기능이 더 강화됐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