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리 "분단 70년에 남북 말 달라져…세종대왕께 부끄러운 일"

"온겨레 한글로 한덩이 되게 노력…남북, 겨레말큰사전에 마음 모아야"
"누가·언제·어떻게·왜 만들었는지 확실한 글자는 한글 뿐"
이낙연 국무총리는 한글날인 9일 "조국 분단 70년은 남북의 말까지 다르게 만들고 있다"며 "온 겨레가 한글로 한 덩이가 되도록 더 노력하자"고 밝혔다.이 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573돌 한글날 경축식'에서 "요즘 우리에게는 세종대왕께 부끄러운 일이 생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겨레말 큰사전'을 남북이 함께 편찬하기로 2005년 합의했지만 진행이 원활하지 않다"며 "겨레말 큰사전 공동편찬을 위해 남북이 다시 마음을 모으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한 "오늘 우리는 세종대왕의 뜻을 다시 새겨야 한다"며 "선조들께서 한글을 지키고 가꾸려고 흘리신 피와 눈물과 땀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불필요한 외국어 사용을 줄이고 전문용어도 쉬운 우리말로 바꿔야 한다"며 "거칠고 어지러운 말과 글을 줄이고, 곱고 가지런한 말과 글을 늘리도록 언론과 학교와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총리는 "573년 전 오늘 세종대왕께서는 백성이 쉽게 익혀 편하게 쓰도록 한글을 만들어 펴내 주셨다"며 "한글은 새로운 세상을 우리 겨레에게 열어줬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매우 높은 문자해독률과 교육 수준을 자랑하는 것은 쉬운 한글과 뜨거운 교육열이 어우러진 결과"라며 "그런 바탕이 있었기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었다"고 평가했다.이 총리는 "세계에는 약 3천개 민족이 7천개 언어를 쓰며 산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쓰는 글자는 28가지만 남았다.

그 가운데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가 확실한 글자는 한글뿐"이라고 말했다.또한 "지금 세계에는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늘어난다.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1997년에는 4개 나라, 2천692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76개 나라, 32만9천224명으로 불었다.

해외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세종학당도 2007년의 3개 나라, 13곳에서 올해는 60개 나라, 180곳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부는 우리말과 한글을 세계에 더 확산하기 위해 세종학당을 2022년까지 220곳으로 늘리려 한다.

외국 대학의 한국어 학과와 해외 파견 한국어 교원도 늘리겠다"고 소개했다.

이 총리는 '말을 통해 사람들이 한 덩이가 되고 그 덩이가 점점 늘어 나라를 이룬다.말이 오르면 나라가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린다'는 주시경 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온 겨레가 한글로 한 덩이가 되도록 더 노력하자. 말이 오르고, 나라도 오르도록 함께 애쓰자"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