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다시찾은 文대통령…기업 발맞추며 경제활력 제고 '총력전'

日수출규제 100일…첨단 제조업 정부 적극지원으로 민간투자 '마중물'
조국 사태 장기화 속 경제·민생 의지 부각…연일 '親기업 메시지'
이재용과 잦은 접촉 눈길…재판과는 별개, 산업경쟁력 강화에 계속 호흡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공장에서 열린 '신규투자 협약식'에 방문, 첨단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문 대통령이 삼성 공장을 찾은 것은 작년 7월 인도 방문 당시 삼성전자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 올해 4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한 것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에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장기화하고는 있지만, 정부는 이와 관계없이 민생·경제를 챙기는 일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 경제 하강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는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나 일본의 대(對) 한국 경제보복 사태 등 엄중한 대외여건이 겹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은 경제활력 제고에 정부와 기업이 힘을 합칠 시기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인식이다.특히 일본의 수출규제가 99일째를 맞은 이 날 재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인 삼성 공장을 찾았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경제보복 사태를 극복하려면 소재·부품·장비 등 첨단 제조업 분야 경쟁력 강화에 정부와 대기업이 발맞춰 뛰어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판단이며, 이번 삼성 방문은 이런 의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행보라는 것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에서 "오늘 신규투자 협약식은 세계 1위 디스플레이 경쟁력을 지키면서 핵심소재·부품·장비를 자립화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플레이, 제조 강국'으로 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정부는 삼성디스플레이의 과감한 도전을 응원하며 디스플레이 산업혁신으로 기업들의 노력에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는 향후 7년간 4천억 원의 대규모 예산을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 투자할 것"이라며 정부의 선제적 투자를 마중물 삼아 민간의 활발한 투자를 견인하겠다는 구상도 드러냈다.

나아가 정부와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중견기업·중소기업을 아우르는 산업생태계 개선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집권 3년차를 맞아 연일 친(親)기업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일례로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 4단체장과 오찬간담회를 한 뒤 8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노동시간 단축과 관련해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도 50인 이상 기업으로 확대 시행하는 것에 대한 경제계 우려가 크다"며 보완책 마련을 지시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들의 '거리'를 좁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접촉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날 행사에서는 이 부회장이 직접 참석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는 것은 올해 들어 7번째이며, 취임 이후부터를 계산하면 이번이 9번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대면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으리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재판과는 별개로,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문 대통령이 기업 총수를 만나는 것은 언제든 가능한 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문 대통령이 인도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이다 공장 준공식에 참석할 당시에도,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재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함께 일정을 소화하는 것이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왜 안 되나.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일관된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국정농단 재판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기업의 노력에 악영향을 주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생각으로 풀이된다.아울러 지금 시점에서 경제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정부로서도 삼성과 호흡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