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농지 사건' 피해자들 변호사법 위반 2심도 무죄

국가 상대 소송 과정서 무자격 법률대리 행위 혐의로 기소
1960년대 '구로농지 강탈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10일 서울남부지법 항소1부(이대연 부장판사)는 '구로동 군용지 명예회복 추진위원회' 한무섭(76) 회장과 한동문(69) 간사, 이들의 소송을 대리한 이찬진(55)·김정진(48) 변호사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로 판결했다.

구로농지 사건 피해자 후손인 한 회장 등은 2006년 다른 피해자·후손들과 함께 추진위를 구성해 활동하면서 '진실·화해를 위한 화거사정리위원회'(과거사위)에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신청했고 2008년 진실규명 결정을 받아냈다.

한씨 등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배상 소송을 추진하면서 추진위 회원들에게 소송 내용을 설명해주고 소송 계약서 작성을 도와줬다. 해당 소송으로 발생한 금전적 이익의 5%는 추진위가 지급받기로 했고, 소송 진행은 이 변호사 등에게 위임했다.

검찰은 이러한 행위가 '변호사가 아니면서도 법률 상담·법률 문서 작성'을 한 것으로 보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한 회장 등을 재판에 넘겼다.

이 변호사 등에게는 변호사가 아닌 사람에게서 법률사건·법률 사무 수임을 알선받았다며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회원들의 소송 위임 계약서 작성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나 변호사를 대리해 문서를 작성한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승소 금액의 5%를 받기로 한 것 역시 소송 진행에 크게 기여한 부분을 고려한 것일 뿐 법률 상담이나 문서작성의 대가가 아니다.

변호사 선임 과정 역시 불법 알선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2심도 "한 회장 등의 행위는 회장·간사로서의 행위였을 뿐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구로농지 사건은 1960년대 구로수출산업공업단지(구로공단)를 조성하기 위해 국가가 강제로 토지를 수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이에 반발한 농민들은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소송을 내 당시 대부분 승소 판결을 확정받았다.

그러자 공단 조성에 차질을 우려한 국가는 소송에서 증언한 공무원과 소송 당사자인 농민을 '소송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구타·고문 등 인권침해까지 있었다.

결국 상당수가 소송을 취하했고, 국가는 패소한 민사소송에 대해서도 재심을 청구해 농민들의 승소를 취소하는 판결까지 받아냈다.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구로농지 사건을 "국가가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민사소송에 개입하고 공권력을 부당하게 남용한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들의 민·형사 재심 청구가 잇따라 지금까지도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