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술용 실 1위' 삼양바이오팜, 필러시장 도전장

독보적 봉합원사 기술 바탕
미용·성형 사업 본격화

리프팅실로 동남아·유럽 진출
매듭처리 필요없는 수술 실 개발
삼양바이오팜 대전 MD공장 연구원들이 수술용 봉합원사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 수술용 봉합사는 내부 장기와 핏속에서도 잘 볼 수 있게 일반적으로 보라색으로 만들어진다. 박상익 기자
수술용 봉합원사 1위 삼양바이오팜이 리프팅용 실, 고분자 필러 등 미용 성형 시장에 진출한다.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녹는 흡수성 봉합원사 기술을 내세워 수익 기반을 넓히려는 전략이다. 최근 의료현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복강경, 로봇수술에 적합한 봉합원사 신제품을 개발하는 등 시장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순금보다 비싼 수술용 봉합원사
10일 대전 문평동 삼양바이오팜 MD공장의 봉합원사 생산라인. 원료를 중합한 뒤 가늘고 길게 실을 뽑아내 실패에 감고 다시 여러 줄을 한 줄로 꼬아낸다. 일반 원사 제조 공정과 비슷하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실은 사람 몸속에 쓰이는 흡수성 수술용 봉합사다. 가공 업체로 옮겨져 수술용 바늘이 달린 봉합사 완제품이 된다.

흡수성 봉합원사 중 머리카락보다 가는 제품의 1g당 가격은 같은 무게의 순금보다 1.5배 이상 비싸게 팔릴 정도로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이 회사가 지금까지 생산한 봉합사를 한 줄로 이으면 지구 36바퀴인 144만㎞에 달한다. 김주관 삼양바이오팜 MD공장장은 “흡수성 봉합원사의 원료인 글리콜라이드가 물과 반응하면 분해되는 가수분해 원리를 활용한다”며 “수술 성격과 부위에 맞게 제품별로 적절한 강도와 분해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 기술력”이라고 설명했다.삼양바이오팜은 1993년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로 흡수성 봉합사 개발에 성공하고 1997년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910억원)의 절반이 봉합원사를 비롯한 생체 흡수성 소재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의료기기 제품에서 나왔다. 이 가운데 85%는 수출이다.

삼양바이오팜은 미국, 일본, 유럽,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40여 개국 200개 기업에 봉합원사를 수출하고 있다. 기술력은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관계자는 “봉합사 완제품 분야의 글로벌 선두권 기업이 봉합원사를 자체 생산하다가 삼양바이오팜 원사를 구매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술용 바이오제품으로 다각화삼양바이오팜은 발전하는 의료 기술에 부합하는 신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이달 말 출시 예정인 모노픽스는 복강경, 로봇수술에 적합한 제품이다. 실 표면을 화살촉 모양으로 가공해 꿰매기만 하면 따로 매듭을 짓지 않아도 상처 부위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매듭 없는 봉합사를 사용하면 의사들의 수술 편의성이 높아지고 수술시간도 짧아져 환자 회복에 도움이 된다.

산화재생셀룰로스(ORC)를 활용한 지혈제, 유착방지제도 삼양바이오팜의 대표 상품이다. 두 제품 모두 2015년 국내 최초, 세계 두 번째로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

리프팅 실, 필러 등 미용시장 공략삼앙바이오팜은 흡수성 봉합원사 기술력을 기반으로 미용 성형 시장에 진출했다. 리프팅은 안면 근육을 실로 잡아당겨 근육에 미세한 상처를 내고 실이 사라진 자리를 콜라겐이 채워 성형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연내 동남아를 시작으로 서유럽 등지에 리프팅 실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2021년 출시 목표인 폴리카프로락톤(PCL) 필러도 봉합원사 원료에서 힌트를 얻은 제품이다. PCL 필러를 주름 부위에 주사하면 PCL이 피부 속 콜라겐을 끌어당겨 주름을 개선하는 원리다. 오관수 삼양바이오팜 MD마케팅팀 부장은 “현재 필러 시장은 히알루론산이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고 오래 가는 PCL 필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