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누르자 지방 '꿈틀'…대전은 '과열'
입력
수정
지면A29
'규제 폭탄' 피해 투자자 몰려대전 울산 대구 등 주요 광역시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 들어 6% 오른 상승률 톱 지역인 대전 유성구의 상승세가 다시 가팔라지기 시작했고, 2년반 내리 집값이 빠졌던 울산은 지난달 상승 전환한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 등을 중심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상승 여력이 있는 지방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우려한다.
대전, 유성·중·서구 '상승률 톱3'
울산, 2년 반 하락 멈추고 반등
대구, 상승 전환…오름폭 커져
재건축·재개발 호재로 강세
규제 청정 대전 유성구…나홀로 9% 상승10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번주(7일 기준) 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 등 5대 광역시 아파트값은 0.04% 올라 전주(0.0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작년부터 떨어지던 광역시 집값은 지난달 9일 하락을 멈춘 뒤 매주 소폭 상승세가 강해지고 있다.
아직까지 상승폭은 크지 않지만 울산의 분위기도 확연히 달라졌다. 조선업 등 지역산업 침체로 2017년 3월 둘째주 이후 내리 떨어지던 집값은 지난달 중순 남구와 울주군 등을 중심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16일 132주 만에 하락을 멈춘 이후 23일 0.03%, 이번주 0.04% 오르는 등 분위기를 굳혀가고 있다. 북구 송정동 L공인 관계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을 형성하던 송정지구 재개발 물건이 하반기 들어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5000만원까지 피(웃돈)가 붙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광역시 집값 상승세를 견인하는 대전은 아예 과열 분위기다. 지난해 9·13부동산대책이 나온 이후에도 조정을 받지 않았던 대전은 지난해 9월 중순 이후에만 6.23%(유성구 9.42%) 올랐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유성구와 중구, 서구의 상승률은 각각 5.89%, 4.41%, 4.11%로 전국 상승률 톱3가 모두 대전에서 나왔다.
이번주엔 0.33% 오르며 전주(0.27%)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중구의 상승률은 지난주(0.37%)보다 2.5배 급등한 0.91%에 달했다. 감정원 관계자는 “중구는 대단지가 모여 있는 서대전역 인근의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주거여건이 좋은 서구 둔산·월평동,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동구 등 전 지역에 걸쳐 매수세가 두텁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내리 하락한 대구도 지난달 16일 상승 전환한 이후 이번주 0.04% 오르며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은 눈치보기 장세전문가들은 서울 강남 등을 겨냥해 정부가 잇따라 규제를 강화하면서 규제가 없는 지방부동산을 기웃거리는 투자자들이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입지가 좋아 지역 수요가 탄탄하고 노후화 비율이 높으면서 정비사업 이슈 등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들썩임이 뚜렷하다는 것이다.
지방 부동산시장 전문가인 김형일 나눔스쿨 대표(필명 나눔부자)는 “매매 대비 전세 가격 차이를 감안했을 때 울산 부동산시장은 내년쯤 반등이 예상됐다”며 “워낙 저평가된 데다 입주물량 감소, 각종 규제 여파로 서울 투자자들까지 유입되면서 상승 움직임이 빨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광역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것은 일반공급 물량이 많지 않은 재건축 재개발 정비사업 수요”라며 “강남에서 고가 아파트 거래 몇 건이 시세를 올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인 만큼 견조한 흐름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10·1부동산대책’ 발표 여파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전주 0.08%에서 이번주 0.07%로 소폭 둔화됐다. 상승 흐름은 15주째 이어갔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값 상승률도 0.11%에서 0.10%로 낮아졌다. 경기도의 상승률도 같은 기간 0.06%에서 0.03%로 축소됐다. 공공택지 분양 호재로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는 과천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상승률이 완만해지는 추세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