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광장의 '조국 전쟁'…다시 불붙은 정치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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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휴일과 주말에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면서 국내 정치·시사 유튜버들이 주목받고 있다. 뚜렷한 정치색을 내세우며 온라인에서 여론전을 이끌어가던 이들이 오프라인 ‘광장 정치’까지 주도하고 있어서다.
보수·진보 채널 구독자 급증
여론전 넘어 '광장 정치' 주도
광화문과 서초동 집회가 급속히 세력을 키운 배경에는 유튜버들이 있다. 여권 성향 1인 유튜버가 시작한 서초동 집회는 불과 몇 주 만에 전 국민이 주목하는 대규모 집회가 됐다. 광화문광장을 메우며 조국 규탄 집회에 참석하는 시민들 역시 “유튜브 방송을 보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유튜브 방송은 실시간 중계는 물론 직접 집회를 열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쏟아져 나온 정치 유튜브 채널들이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정치·시사 분야 유튜브가 인기를 얻는 것은 유독 한국에서 두드러진다”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의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신선한 콘텐츠로 무장하면서 기성 언론의 자리를 일부 대체하고 있다”고 했다.
유튜브 통계 분석 사이트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국내 상위 20개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지난 8월 초 691만5000여 명에서 이달 10일 871만6000여 명으로 약 두 달 사이 20% 증가했다. 구독자 수 1위인 신의한수는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조국이 키워준' 정치 유튜브…언론 위협하지만 '가짜뉴스 주범' 낙인도
상위 20개 정치·시사 유튜브, 두 달 새 구독자 20% 급증
요즘 주말이 되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 서초역 일대는 집회 인파로 마비된다. 조 장관을 지지하는 시민 및 단체들이 ‘검찰개혁 촛불문화제’를 3주째 열고 있다. 7차 집회부터는 참가자 수가 급격히 늘어 인원 부풀리기 논란도 불거졌다. 이곳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집회를 주관하는 곳은 1인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인 ‘시사타파TV’다.1인 시사방송에 불과했던 이 채널은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순식간에 정치권과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여권 성향 지지자들이 앞다퉈 후원금을 내고, 자원봉사자가 몰려 대규모 집회까지 치를 정도로 조직이 갖춰진 것이다. 조국 지지 및 수호 집회를 ‘실시간’ 중계하는 방송사 역할까지 하면서 시사타파TV의 구독자 수는 지난 8월 초 13만 명 수준에서 이달 10일 기준 30만 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광화문 일대를 점거하며 조국 사퇴를 촉구하는 진영에서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장의 ‘너알아TV’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 전 회장을 따르는 신도들이 개설한 이 유튜브 채널은 4월까지만 해도 구독자 수가 4000명 수준에 그쳤다. 전 회장이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과 정부 규탄 집회에 나서면서 보수 성향 지지자들의 인기를 타고 구독자가 최근 18만 명을 넘겼다.‘광장 정치’로 세력 커진 정치 유튜버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다른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도 세를 불리고 있다. 강용석 변호사가 출연하는 ‘가로세로연구소’는 조 장관 가족과 관련한 의혹을 다수 제기하면서 최근 두 달 사이 구독자가 31만6000여 명에서 51만5000여 명으로 늘었다. 또 다른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인 ‘뉴스타운TV’는 8월부터 전국 14개 도시에서 조 장관 사퇴 및 정부 규탄 집회를 벌였다. 손상윤 뉴스타운 대표는 “애청자들이 지방에서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고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진보 성향 1인 유튜버인 ‘알리미황희두’는 최근 두 달간 구독자가 1만5000여 명에서 11만6000여 명으로 증가했다.
정치·시사 관련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 집회에 참가하는 사람 상당수는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유튜브를 보다 나왔다”고 답한다. 비슷한 성향의 지지자들이 모인 페이스북, 밴드 등에서 영상을 공유하며 집회 참여를 결심한다. 집회에 참가한 강원대 씨(55)는 “평소 즐겨 보는 정치 유튜브 채널을 시청하다 위기를 느꼈다”며 “이번만큼은 꼭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 난생처음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치·시사 유튜브 채널들이 주목받기시작한 것은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다. 다수의 시사 유튜브 운영자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유튜브에서 시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나는 꼼수다’와 같은 진보 성향 팟캐스트(인터넷 라디오 방송) 열풍의 대안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손상대 뉴스타운 설립자는 “당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자극받아 유튜브 채널을 개설했다”고 했다.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로 꼽히는 ‘신의한수’도 비슷하다.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신의한수는 2015년 개설 후 1년간 구독자 수가 1만 명에 불과하다가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2018년 6월 20만 명을 기록했다. 현재는 100만 명을 돌파했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과 ‘펜앤드마이크TV’ 역시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구독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이후 진보 성향 유튜브 방송이 보수 유튜브의 흥행을 따라 본격적인 채널 운영에 나섰다. 유시민 이사장이 출연하는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나는 꼼수다’ 출연진인 김용민이 운영하는 ‘김용민TV’ 등이 대표적이다.
‘가짜뉴스’ 논란 여전
유튜브 방송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지만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방송학회와 한국심리학회가 지난 8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성인 555명) 중 22%는 허위조작 정보가 가장 많이 유통되는 경로로 ‘유튜브’를 꼽았다. 유튜브 다음으로는 주위 사람(15%), 페이스북(12%), 카카오톡 등 메신저(12%), TV 방송 뉴스(12%), 인터넷 뉴스(11%) 등의 순이었다.
이들의 과도한 욕설이나 상대방을 향한 원색적 비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취재원을 야단치는 ‘응징취재’로 잘 알려진 ‘서울의소리’가 대표적이다. 이 채널을 운영하는 백은종 대표는 지난달 24일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의 사무실을 방문해 “일본 간첩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 일부도 여권 인사들을 향해 “동성애를 옹호한다” “북한 주사파의 지령을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내보내고 있다.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유튜브 같은 뉴미디어로 누구나 언론이 될 수 있는 환경이 열리면서 대규모 집회 개최까지 이어지는 것은 기술 발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검열 또는 통제보다 자정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