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22~24일 訪日…일왕 즉위식 참석한다

'특사 자격' 2박3일 日 방문

日정계 주요 인사들도 만나
수출규제 등 현안 논의할 듯
"韓日정상회담 일정 세팅 기대"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에 참석하기 위해 오는 22일부터 2박3일간 정부 대표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다고 총리실이 13일 발표했다. 한·일 최고위급 대화가 성사되면 작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1년여 만이다. 이 총리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면담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한·일 관계 개선의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 총리는 22일 즉위식과 궁정 연회에, 23일엔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와 별도로 만나는 개별 면담은 확정되지 않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 등 주요 인사와의 면담 일정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청와대는 “(이 총리의 참석이) 한·일 관계 개선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일본 측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 총리의 즉위식 참석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낙연 총리, 아베와 면담
꽉막힌 한·일관계 '출구' 찾나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부를 대표하는 사실상의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다. 100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한·일 경제 갈등을 풀 ‘출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리는 정부 내 대표적인 ‘지일파’다. 기자 시절 도쿄특파원을 지냈고, 정계 진출 이후에도 일본 정·재계와 두터운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서도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리는 22일 일왕 즉위식과 나루히토 일왕이 주최하는 궁정 연회에 참석한다. 이튿날에는 일본 정계 및 재계의 주요 인사를 면담하고, 동포대표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다. 이날 저녁에는 아베 신조 총리가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한다. 아베 총리가 즉위식을 전후로 주요국 참석자들과 15분가량 면담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총리도 별도로 면담할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등 한·일 간 주요 현안을 협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총리의 방일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는 마지막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일본을 찾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왕 즉위식을 꼬여 있는 한·일 관계를 풀 중요한 계기로 봤기 때문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여러 차례 공개석상에서 일왕 즉위식에 대해 “(한·일 관계를 풀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언급해왔다. 다만 이 안은 결국 채택되지 않았다. 외교부가 일본 외무성과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했지만 일본 정부가 한·일 간 갈등 사항들에 대해 여전히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서는 이 총리의 방일 성과를 두고 성급한 기대를 거둬야 한다는 분석도 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이후 외교적인 해결을 요청하는 쪽은 우리 측이었고 일본은 이를 거부해왔다”며 “완전한 원상 회복이 되려면 사전에 (한·일 간) 긴밀한 대화가 필요한 것 아닌가”라고 언급해 기대감을 낮췄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아니라 총리가 가게 된 것은 물밑 협상이 잘 안 됐다는 의미”라며 “이 총리의 이번 방일에서 그나마 기대할 게 있다면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세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총리급이 즉위식에 참석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일본에서 이 총리의 방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990년 11월 아키히토 일왕 즉위식에는 강영훈 총리가 3박4일 일정으로 참석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