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魔의 2시간' 벽 깨졌다…케냐 킵초게 01:59:40

페이스메이커 등 최적 상황 세팅
공인 기록으로 인정은 못받아
마라톤 세계 신기록 보유자인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사진)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마라톤을 2시간 이내에 완주했다. 로이터통신은 12일(현지시간) 킵초게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네오스(INEOS) 1:59 챌린지’에서 1시간59분40초 만에 42.195㎞ 코스를 주파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영국의 글로벌 화학업체 이네오스가 개최한 비공식 마라톤 경기다. ‘인류 마라톤 최초의 2시간 벽 돌파’만 목표로 삼았다. 마라톤 2시간 벽 돌파는 ‘꿈의 기록’ 혹은 ‘불가능한 기록’이라고 불린다. 킵초게는 경기 전에 “마라톤 2시간 벽 돌파는 인류가 달에 발을 처음 내디디던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이 기록을 깨기 위해 주최 측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마라톤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페이스메이커 36명을 투입해 이들이 교대로 킵초게의 좌우에서 뛰면서 속도 조절을 하도록 도왔다. 자전거를 탄 보조 요원들이 필요할 때 음료를 전달했다. 이날 오전까지 경기 시작 시간도 정하지 않았다. 기온 7~14도, 습도 80% 등 최적의 상황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였다.

마라톤 규정을 지키지 않은 만큼 이번 기록은 공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라톤 2시간 벽 돌파’만으로 인류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2년 전에도 나이키의 후원으로 이탈리아 몬차에서 ‘2시간 벽 돌파’에 도전했다. 하지만 2시간26초를 기록해 아쉽게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선 2년 전보다 페이스메이커 수를 늘리는 등 킵초게가 더 편하게 뛸 환경을 조성했다.

킵초게는 완주 후 “인간에게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걸 알려서 기쁘다”며 “많은 사람의 도움 속에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언젠가는 공식 마라톤 대회에서도 2시간 벽을 돌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현재 마라톤 공식 세계 기록은 킵초게가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세운 2시간1분39초다. 케냐 출신인 데니스 키메토가 2014년 세운 세계기록(2시간2분57초)을 78초나 앞당긴 것이다. 공식 마라톤 2시간 벽을 돌파하기 위해선 여기서 100초를 더 줄여야 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