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어야만 산다…'大화면폰 전쟁'

구부리는 '폴더블폰' vs 화면 붙인 '듀얼스크린폰'
삼성전자 갤럭시폴드
2007년 애플이 세계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내놨을 때 화면 크기는 3.54인치였다. 지금은 6인치가 넘는 ‘패블릿(폰+태블릿)’이 대세다. 스마트폰 화면은 점점 커졌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거나 게임하는 이용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면이 너무 커져 한 손에 잡히는 ‘그립감’을 포기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폴더블(접는) 스마트폰이 등장한 배경이다.

접는 스마트폰을 둘러싸고 두 개의 진영이 맞붙었다. 하나의 화면을 접는 ‘폴더블폰’과 두 개의 화면을 힌지(경첩)로 연결한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 주인공이다. 폴더블폰은 갤럭시폴드를 내놓은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 업체가 맹추격 중이다. 듀얼 스크린폰의 원조는 LG전자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도 듀얼 스크린 디바이스(기기)를 공개하며 접는 폰 전쟁에 뛰어들었다.MS도 뛰어들어

MS 서피스 듀오
지난 2일 MS는 첫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 ‘서피스 듀오’와 듀얼 스크린 태블릿 ‘서피스 네오’를 공개했다. 두 제품 모두 힌지로 연결한 두 화면을 360도 자유롭게 접고 펼 수 있는 형태다.서피스 듀오는 MS가 2017년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뒤 2년 만에 내놓은 스마트폰이다. MS는 2010년 윈도 운영체제(OS) 기반의 스마트폰을 내놨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에 밀려 성공하지 못했다. 이번에 내놓는 서피스 듀오는 안드로이드, 서피스 네오는 윈도 10X 기반이다. 두 제품은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LG전자 V50S 씽큐
LG전자는 올 5월 듀얼 스크린을 장착한 첫 스마트폰 LG V50 씽큐를 내놨다. 지금까지 50만 대 이상 팔리며 2014년 G3 이후 LG 스마트폰 가운데 최고 흥행 성적을 거뒀다. LG전자는 이달 11일 두 번째 듀얼 스크린폰 LG V50S 씽큐를 출시했다. 이전 제품에서 제기된 문제를 개선해 전면 알림창을 추가하고 360도 자유자재로 접히는 힌지 등을 적용했다.LG에 이어 MS도 듀얼 스크린폰을 내놓자 듀얼 스크린폰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등에서 후발 업체들이 듀얼 스크린폰을 선보일지 관심이다. LG전자 관계자는 “MS가 듀얼 스크린 생태계에 들어온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큰 화면 활용한 신기능 개발

갤럭시폴드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239만8000원이란 비싼 가격에도 1, 2차 판매 물량이 모두 출시 당일 동났다. 한국뿐만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에서 하루 만에 초기 물량이 완판됐다.
화웨이메이트X
화웨이도 폴더블폰 ‘메이트X’를 내놓을 예정이다. 여러 차례 일정이 미뤄져 연내 출시 여부는 불투명하다. 레노버가 인수한 모토로라, 샤오미 등도 폴더블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아직 폴더블폰 출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접는 디스플레이 특허 등을 등록했다.

전자업계에선 접는 스마트폰이 차세대 스마트폰의 폼팩터(제품의 디자인이나 모양)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큰 화면에 여러 개의 앱(응용프로그램)을 동시에 띄워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갤럭시폴드는 한 화면에서 최대 세 개의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앱 위치와 크기도 바꿀 수 있다. V50 씽큐와 V50S 씽큐도 두 화면에서 서로 다른 앱을 이용할 수 있다. 한 화면에 유튜브를 틀어놓고, 다른 화면에서 카카오톡으로 대화할 수 있다.

새로운 기능도 나오고 있다. V50S 씽큐에선 화사한 셀피를 찍을 수 있다. 한 화면에서 카메라, 다른 화면에선 반사광을 실행해 사진을 찍으면 된다. 게임할 때 나머지 화면을 컨트롤러로 활용할 수도 있다. MS는 “듀얼 스크린을 통해 PC와 태블릿, 스마트폰 기기를 오가며 수행해야 했던 작업을 하나의 기기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폴더블폰은 혁신적이지만 비싼 가격 등 때문에 대중화에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당분간 비교적 가격이 낮고 실용적인 듀얼 스크린폰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V50 씽큐를 “가장 현실적인 폴더블폰”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