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퇴, 檢개혁 '불쏘시개' 되나…與, 후속입법 '속도전'

민주 '명분' 획득…여야 3당 사법개혁안 논의 등 박차 가할듯
여야 4당 공조가 관건…與 '검찰개혁 先처리' 입장 야3당 협조는 미지수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하면서 국회가 남은 '검찰개혁 숙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조 장관은 취임 후 사퇴까지 35일간 행정부 차원의 검찰개혁안을 여럿 발표했으나, 본질적인 개혁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법이 담긴 사법개혁안이 처리돼야 완성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 장관이 사퇴를 천명하면서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고 강조한 만큼, 조 장관의 사퇴가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 처리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여권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조 장관이 당정청협의 등을 통해 개혁안을 내놨고 이제 거취를 결정하면서 국회에 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부분인 패스트트랙 법안을 처리해달라고 '무언의 호소'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민주당은 조 장관 사퇴 발표 전부터 이미 조국 정국의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의 우선 처리를 주장하는 등 사전 정지작업 움직임을 보여왔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 장관의 자진사퇴로 '명분'을 얻은 모양새다.

이 때문에 사법개혁안 처리를 더욱 거세게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여야 교섭단체 3당이 16일 '2+2+2'(각 당 원내대표와 의원 1명) 회동을 통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사법·검찰개혁안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로 한 상황에서 조 장관의 사퇴로 야당의 '트집거리'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게 됐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 장관 사퇴 발표 전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든 야당에 제안한다.

(검찰개혁안 본회의 상정 가능 시점까지) 남은 15일 동안 여야가 검찰개혁 관련법 처리에 합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을 비롯해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의 회답을 기다리겠다"고 제안했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때 '공동전선'을 구축했던 야 3당의 협조를 얻어 이달 말 사법개혁안을 처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 소속 의원(9석)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 등의 표까지 더하면 과반이 된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패스트트랙 합의 당시 사법개혁안보다 선거제 개혁안을 먼저 처리하기로 한 합의가 있어,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선(先)처리' 계획에 야당들이 협조해줄지는 미지수다.

바른미래당은 손학규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그대로 선거법 개정안부터 처리하는 것이 순리"라고 했고 오신환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이 순리에 따르지 않고 문희상 국회의장을 압박해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을 먼저 본회의에 상정한다면 결국 선거법과 공수처법 모두 통과는 안 되고 국회만 난장판이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상무위원회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 조국 정국의 장기화에 대한 국민의 피로감을 고려해서 검찰개혁 우선 처리 문제를 포함해서 정치협상회의에서 논의하겠다"면서도 "검찰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한국당의 저항을 뚫고 패스트트랙을 함께 추진해온 여야 4당 공조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사법개혁을 선처리하는 방안이 여당에서 흘러나온다고 하지만 이는 신뢰를 깨는 일"이라며 "'선거제 개혁 선처리, 그리고 사법개혁' 이것이 명백한 여야 4당의 합의"라고 강조했다.

대안신당은 이날 국회의원 창당준비기획단 연석회의에서 사법개혁안 처리 문제에 대해 조금 더 논의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김정현 대변인이 전했다.결국 패스트트랙 사법개혁안 처리 '속도전'의 결과는 민주당이 정치협상회의 등을 통해 야3당의 협조를 얼마나 끌어내는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