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특수부 폐지 발표 2시간만에 전격사퇴…"쓰임 다했다"

법무부 간부들도 점심직후 사퇴 소식 접해…"검찰개혁 잘 챙겨달라" 당부
청사 떠나며 눈시울 붉혀…"죄송하고 송구…국민이 검찰개혁 마무리"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발표는 검찰개혁 방안 발표가 끝난 지 2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이날 발표는 조 장관이 전날 당·정·청 회의에서 논의된 검찰 특수부 폐지·축소 방안을 직접 발표하는 자리라 관심을 모았다.

조 장관은 오전 11시 발표 때 "저는 '검찰개혁의 도약대'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서 끝까지 지켜봐 달라", "'촛불 국민들은 다들 자기 일을 하러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어느 기사 제목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도 했다.기자들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정치권에선 11월 초에 장관직에서 사퇴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이 나왔으나 조 장관은 "그 문제에 대해선 제가 답을 드리지 않는 게 맞다"고 즉답을 피했다.

오전 11시 40분께 브리핑과 질의응답이 끝나고 2시간 뒤인 오후 1시 30분께 기자단에는 조 장관의 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조 장관은 오후 2시에 보도할 것을 요청하며 사퇴 입장문을 발표했다.입장문에서 그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했다.

조 장관의 급작스러운 사퇴 소식에 법무부는 술렁였다.

법무부 간부들도 대체로 점심시간 직후 사퇴 결정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조 장관은 이날 발표를 마친 뒤 황희석 검찰개혁추진지원단장 등 검찰개혁 업무를 함께해 온 법무부 직원들과 장관실에서 도시락을 시켜 점심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도 사퇴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은 식사 직후 간부들을 장관실 옆에 딸린 회의실로 불러모아 사퇴 결정을 밝힌 뒤 검찰개혁 과제를 이어가기를 당부했다.

한 법무부 간부는 "조 장관이 검찰개혁을 계속해달라, 각자 위치에서 잘 챙겨달라는 말을 했다"며 "고맙고, 미안하다고도 했다"고 밝혔다.
굳은 표정으로 장관실에서 나온 간부들은 오후 2시부터 김오수 차관실에서 모여 회의를 이어갔다.

법무부는 당장 15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국감과 같은 날 검찰 특수부를 서울·대구·광주만 남겨 놓고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 올라간다.

국무회의와 국감 답변 모두 김오수 차관이 대신하게 됐다.

법무부 직원들 사이에도 침통한 분위기가 흘렀다.

복도와 엘리베이터에선 "취임 30일이 좀 넘었는데 이럴 줄 몰랐다", "당장 내일 국감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대화가 오갔다.

법무부는 조 장관이 틀을 잡은 검찰개혁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 법무부 간부는 "조 장관이 여러 상황을 받아들여 사퇴를 결심한 것 같다"며 "대통령, 정부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고 국민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하는 상황 아니었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장관은 '개혁을 이루고 나면 제 쓰임새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사퇴 발표문에서 "이제 제 쓰임은 다했다"고 했다.

조 장관은 1시간여 결제와 마지막 업무처리를 마친 뒤 오후 3시 30분 법무부 과천청사를 나섰다.

법무부 직원들이 길 양옆에서 박수를 치자 조 장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조 장관은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고 감사하고 고맙다"며 "저는 이제 한명의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입을 열었다.이어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것"이라며 "더 중요하게는 국민들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