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돌린 민심에 與 지지율 추락…법무부 국감 하루前 '조국 퇴장'

예상보다 빠른 사퇴 결정

검찰 개혁안 발표 3시간 후
최소한의 명분 얻은 후 물러나
전날 당정청 회의 후 靑에 사의
조국 법무부 장관이 14일 전격 사퇴하면서 2개월을 끌어온 ‘조국 정국’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여권에서는 그동안 이달 말 검·경 수사권 조정안 등 검찰개혁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이후를 조 장관 사퇴 시점으로 검토해왔다. 당초 예상보다 2주가량 조 장관의 ‘출구전략’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 심각한 문 대통령 >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유근 안보실 1차장, 김현종 2차장.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청와대 “장관의 결심” 강조청와대는 조 장관 사퇴가 본인 결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조 장관의 사퇴 결정이 알려진 직후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 장관이 계속되는 촛불집회를 지켜보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다가 결심했다”고 말했다. 경질이 아니라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 장관이 전날(13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가 끝난 뒤 청와대에 사퇴 의사를 밝혔다”며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과 가족에 대한 고민이 컸던 것 같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연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번만큼은 저를 딛고 검찰개혁이 확실히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께서 끝까지 지켜봐달라”며 검찰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을 시사했다. 이후 3시간 뒤 사퇴 입장문을 내놓는 것으로 35일간의 법무부 장관직을 마감했다.

조 장관이 사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부담과 가족들에 대한 고민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 장관은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줘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사퇴 이유를 밝혔다.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으로 조 장관을 사퇴시켰을 경우 지지층 내에서 생길 수 있는 분란을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책임지는 모양새를 택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조 장관이 이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언급한 것도 나름의 역할을 다했다는 모양새를 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15일로 예정된 법무부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사퇴를 발표한 것도 국정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타이밍’을 고심한 결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이 꿈 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고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가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뜨거운 의지’를 언급한 것은 얼마나 많은 고심 끝에 (사의를) 수락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론 분열로 ‘조국 출구’ 시점 빨라져

여권은 겉으론 아쉽다면서도 속으론 안도하는 분위기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모든 국정 이슈를 빨아들이는 ‘조국 블랙홀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8월 9일 지명 이후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면서 내년 총선을 6개월여 앞두고 현역 의원들의 위기감이 높았다. 서초동·광화문 집회로 진보·보수진영이 극단으로 갈리는 국론 분열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도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 청와대도 내부적으로 사회지도층 인사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여론조사를 하는 등 조국 사태 해결을 위해 고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 추진을 계기로 조 장관이 사퇴하는 ‘연착륙설’이 여권 안팎에서 거론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두 달 넘게 조국 논란에 수세적으로 대처해야 했던 여당으로선 국면 전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국정을 빨아들였던 ‘블랙홀’이었던 조 장관이 사퇴함에 따라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일단 큰 짐을 내려놓은 모양새가 됐다.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조국 리스크’를 털어냈다는 점에서 국정 운영에도 일정 부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