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관심 성장서 분배로…빈곤퇴치 석학에 노벨상 영예

'효과적인 빈곤정책' 연구 공로…개발경제학 업그레이드 평가
2016년 방한 크레이머 "한국, 경제발전 좋은 모델…개도국과 공유해야"
노벨위원회가 14일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빈곤 연구 분야의 권위자들을 선정한 것은 국가 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현실 속에서 경제학의 관심이 점점 더 '분배' 문제로 향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노벨경제학 수상자인 에스테르 뒤플로(47)와 마이클 크레이머(55), 아브히지트 바네르지(58) 등 교수 3명은 전 세계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 원조의 효과를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지를 고민한 경제학자들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제자인 뒤플로 교수와 함께 2003년 이들이 몸담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빈곤퇴치연구소를 설립해 빈곤국 원조정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실증적 방법을 통해 연구했다.

제대로 된 주거와 음식, 의료 혜택을 받지 못하고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혜택이 더 많이 돌아갈 수 있을지를 경제학 분석기법을 활용해 연구한 것이다.
김부열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이들의 연구성과에 대해 "개발경제학은 1940~1960년대에 성장이론 분야로 많이 논의된 분야"라며 "바네르지 교수 등은 개발경제학의 접근 방식을 미시경제학적으로 바꾸는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한 나라가 성장하는 경제성장 이론도 중요하지만 개발도상국의 농업, 교육, 보건이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과학적인 방법론으로 평가했다"며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학문적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프리카 케냐 사례를 연구한 크레이머 교수의 경우 케냐 초등학생의 결석률과 기생충 피해가 연관이 있다는 점을 밝혀내기도 했다. 이후 교육 관련 공적개발원조 프로그램에서 구충제 보급은 필수가 됐다.

홍성창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실장은 "개발협력 사업을 하거나 공적원조를 할 때 무조건 지원하기보다 유인체계를 마련해 어떻게 하면 정책 효과성을 더 높일 수 있을까를 고민한 분들"이라며 "이를 계량적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했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가 2016년 6월 KDI가 주최한 '더 나은 교육기회를 위한 글로벌 교육재원 콘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의 경제발전 사례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고 당시 참석자들은 기억했다.

홍 교수는 "크레이머 교수가 한국 역시 교육을 통해 빈곤을 탈출한 아주 좋은 사례라고 언급하며 그런 발전 경험을 다른 개발도상국과 많이 공유해 달라고 강조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크레이머 교수가 MIT에 있을 당시 그에게 경제성장론을 배웠다는 안상훈 KDI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경제학은 부유한 나라의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는 게 아니고 부와 빈곤의 문제를 동시에 보는 것"이라며 "빈곤 문제를 경제학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차기 한국경제학회장)는 "바네르지 교수는 미시경제학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 온 주류 경제학자"라며 "과거 콘퍼런스에서 봤을 때 대단히 분석력 있고 날카로운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라고 해서 다 그런 인상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과거와 달리 주류 경제학계는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서 분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노벨 경제학상도 그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