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D포럼] 한재선 대표 "페이스북·구글에 왜 개인정보 바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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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디지털 ABCD포럼'"지금은 디지털 시대지만 어떤 면에선 봉건시대 '농노제'와 유사한 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서비스를 무료 사용하는 대신 '데이터'를 경작해 내주는 형태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이같은 일종의 '디지털 농노제'를 블록체인으로 해결해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 기조연설
'데이터 권력화' 해소가 선진국 흐름…블록체인으로 해결
"지금이 한국 블록체인 플랫폼 선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카카오의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사진)는 1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19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한 대표는 구글·페이스북 등 IT(정보기술) 기반 플랫폼 기업들이 개인 데이터를 중요 자원으로 활용하는 점을 짚으며 "SNS 활동 같은 데이터 생산을 이제 노동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 노동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 컨설팅회사 캐임브릿지 애널리티카가 이용자 동의 없이 수천만명의 페이스북 데이터를 수집해 미 대선 선거운동에 악용한 사례를 들었다.
그는 "데이터가 정말 중요해진 시기다. 데이터 소유권·통제권을 사용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블록체인의 필요성이 등장하는 대목. 블록체인은 위·변조가 어렵고 디지털 자산화가 용이해 기존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데이터 종속'에서 탈피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한 대표는 '데이터 권력화'를 막기 위한 선진국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례로 유럽연합(EU)에서는 28개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강력한 'GDPR(개인정보보호법)'을 지난해 발효했다.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부적절한 용도로 활용하는 경우 2000만 유로 또는 매출의 4%까지 벌금으로 내는 내용의 법안이다.한 대표는 "데이터의 '자산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는 증거다. 자기주권신원(Self sovereign)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코닥이 개발한 디지털 이미지 거래서비스 '코닥원'을 언급하며 "그간 디지털 사진은 복제가 쉬워 돈을 받고 거래하기가 어렵단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의 소유권을 증명하고 거래 기록을 보증할 수 있는 환경까지 왔다"고 설명했다.한 대표가 수장으로 있는 그라운드X는 이같은 데이터의 자산화를 가능하게 하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올 6월 출시된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첫 결과물이다.
클레이튼은 1초당 4000건의 거래량을 처리할 수 있는 뛰어난 성능을 갖춘 데다 LG전자, 셀트리온, 넷마블 등 30개 이상 아시아 주요 대기업들이 핵심 파트너사로 대거 참여했다.
한 대표는 "아직까지 페이스북을 제외하면 글로벌 톱 기업들이 블록체인 개발에 대거 뛰어들고 있지는 않다"면서 지금이 한국이 블록체인 플랫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힘줘 말했다.클레이튼을 '블록체인판 카카오'로 구상하는 그라운드X는 북미, 일본, 중국 등 여러 해외 서비스들이 추가적으로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IT 분야에서 '한국이 핵심이 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해외 서비스들이 쓰기 시작하는 케이스(클레이튼)가 처음으로 블록체인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면서 "글로벌에 통용되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만드는 게 그라운드X의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