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日대사, 韓근무 경험 있는 미국통…한일관계 영향 주목

징용판결·WTO분쟁 대응에 주력할 듯…'한미일 공조 고려' 해석도
아베 측근들이 외교 주도해 외교라인 목소리 약화…큰 변화 없을 듯
한일 관계가 극도로 악화한 가운데 주한 일본대사 교체가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일본 정부가 15일 주한일본대사로 임명을 결정한 도미타 고지(富田浩司·만 61) 금융·세계 경제에 관한 수뇌 회담 담당 특명전권대사는 외무성에서 미국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2009년부터 외무성 북미국에서 근무하며 미일 안보 문제를 담당했으며 2012년부터 주미일본대사관 공사를 지냈다.

이후 2013년 6월∼2015년 10월 일본 외무성 북미 국장을 지내는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일 관계에 깊이 관여했다.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 때 현안을 조율하는 등 굵직한 외교 현안을 다룬 자타공인 미국 전문가다.

한국에서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 주한일본대사관 참사관 및 공사로 일한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근무한 기간에 비해 짧기는 하지만 한일 관계의 주요 현안 등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일 관계가 수교 후 최악이라고 평가받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주한대사로 도미타를 낙점한 것에는 복합적인 노림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일 관계가 갈등상태에 빠진 가운데 일본 정부가 한미일 연대에 문제가 있다는 위기의식을 자주 드러낸 것이 미국통을 선택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정부가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종료를결정한 가운데 한미 양국 상황을 모두 잘 아는 인물을 기용해 한미일 3국 공조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다만 상황에 따라 일본 정부는 도미타의 인맥을 지렛대로 삼아 한미일 공조 카드를 역사 논쟁 등에 역이용할 가능성도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아울러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한일 관계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도미타가 여기 대응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도미타 대사는 도쿄대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외무성 총합외교정책국에서 근무해 전후 배상 문제에 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로 분류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주한 일본대사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 사안에 관한 한국의 시각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창구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가 주목된다.
도미타의 경우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현 주한일본대사나 벳쇼 고로(別所浩郞) 전 주한일본대사와 달리 외무성 직업 관료 서열 2위인 외무심의관을 거치지 않은 점이 다르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한국 대사의 격을 낮춘 것이라는 해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외무성의 한 간부는 "차관급에서 등용한 전임자와 거의 동격의 인재"라고 교도통신에 의견을 밝혔다.

도미타 대사의 전체적인 이력 등에 비춰보면 격을 낮췄다는 해석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올해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도미타 대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보좌역으로 활동하는 등 적어도 정권의 측근으로 분류된 셈이다.

일본 정부는 수출 규제를 둘러싸고 벌어진 양국의 국제법 공방도 염두에 둔 것으로 추정된다.

도미타 대사는 올해 5월 G20을 앞두고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계무역기구(WTO)가 기능하도록 개혁에 정치적 기세를 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산 수산물 분쟁과 관련한 WTO 대결에서 한국에 패소가 확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발언이다.

일본 정부의 기조를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주한일본대사로서 WTO 관련 대응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한일 관계에서는 외교 라인의 목소리보다 아베 정권 수뇌부의 의견이 강하게 반영되는 상황이라서 대사 교체가 전반적인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일본 언론은 도미타 대사 임명에 관해 "문재인 정권과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도모할지가 과제"(교도통신), "한국 주재 경험이 있으며 북미 국장으로 근무한 도미타 씨를 기용해 관계 개선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목적도 있다"(NHK)는 등의 분석을 내놓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