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지구상 가장 큰 천연 정수기"…하와이 배워가는 제주삼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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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11일 열린 '제 11회 제주물 세계포럼'제주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천연 정수기’라 불린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면서 전국에서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빗물이 용암층과 퇴적층 사이로 침투하는 과정에서 화산송이와 현무암 등이 물을 깨끗하게 걸러준다.
오경수 제주개발공사 사장 "지하수는 공공 자원"
하와이와 에비앙의 수자원 관리 모범사례 발표
제주삼다수, 연간 10만달러씩 유네스코 지원
유네스코 "지구살리기 16개 프로젝트 공동 진행 중"
오경수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사장은 지난 10일과 11일 제주시 라마다프라자제주에서 ‘제 11회 제주물 세계포럼’을 열었다. 올해 포럼은 ‘수자원의 가치 창출과 사회공헌’을 주제로 개최됐다. 국내외 수자원 전문가 300여명이 참석했다. 오 사장은 개회사에서 “제주물 세계포럼이 국내외 연구기관들과 협력을 확대하면서 아시아-태평양 대표 물포럼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는 수자원의 가치 창출을 통한 사회적 기여와 우리가 직면한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하와이의 물, 상품에서 공공재로
이번 포럼의 하이라이트는 제주와 하와이, 에비앙 지역의 수자원의 관리 방안이었다. 다논그룹의 패트릭 라사사뉴 박사는 에비앙을 생산하는 다논워터스의 환경과 수자원 보호를 위한 자생적 노력으로 ‘물 보호 행동’에 대해 발표했다. 라사사뉴 박사는 “지역 공동체가 동참해 ‘수자원 스튜어드십’을 맺고 지하수의 관리 보호방법을 유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하와이의 수자원 관리 역사와 현황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칼레오 마누엘 하와이주 수자원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은 “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관리 되어야 하는 공공재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와이 원주민들은 물과 토양을 신격화할 만큼 중요성을 인식했고, 부족장은 자원의 소유주가 아닌 신탁관리자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하와이는 1778년 서구와 접촉 이후 물과 토지가 착취의 대상, 경제 성장을 위한 상품으로 취급됐던 역사가 있다. 하와이 대법원은 ‘물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관리되어야 하는 공공재’라는 판결을 내렸고, 하와이 내 모든 천연자원은 ‘누구의 소유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출범한 수자원관리위원회는 하와이 내 수자원의 보호와 관리를 책임진다. 지하수와 지표수 보호 프로그램, 수자원 관련 수문 모니터링, 수자원 기획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마누엘 부위원장은 “하와이주 수자원법에는 합리적 사용과 보호 사이에 균형이 잡혀야 한다는 것이 명시돼 있다”며 “공공자원 차원에서 관리할 때 수자원의 혜택이 모든 사람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제주삼다수, ‘화산섬’ 물 보호 앞장
국내 최대 화산섬인 제주도도 하와이와 같이 지속가능성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수자원을 관리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체도는 지난해 5월 2022년까지 실행될 ‘제주도 수자원관리종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제주도 내 지하수 양은 16억400만㎥. 이 중 40%만 지속이용가능하다는 게 분석 결과다. 제주삼다수의 취수 허가량은 연간 166만으로 지속이용가능량의 0.1% 수준. 오경수 제주개발공사 사장은 “공사는 삼다수 취수원 주변지역의 지하수 보전 관리를 위해 감시정 20개소, 토양 20개소, 수질 26개소 등 지하수 관측망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며 “취수원의 과학적 관리체계 구축과 운영을 위해 지하수 순환 시스템 규명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제주삼다수는 2017년까지 판매수익금의 약 48%를 제주 지하수 보전관리 기금으로 쓰고 있다. 공사는 또 제주삼다수 취수원 주변에 대한 실시간 감시체계를 운영하며 매 1시간 주기로 수위와 수질데이터를 관측·수집하고, 이를 지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원천적인 수질 안전성 확보를 위해 타 제조업체들이 시행할 수 없는 취수원 매입에도 나서고 있다. 오 사장은 “삼다수 사업은 단순한 지하수 자원을 개발해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하수의 가치를 높여 지역 사회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고 했다.○유네스코와 ‘세계의 물’ 지킨다
제주개발공사는 지난해 4월 세계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해 유네스코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공사는 유네스코의 국제지구과학과 지질공원 프로그램에 2022년까지 매년 10만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필립 페이파르트 유네스코 박사는 “공사의 지원으로 16개의 프로젝트가 진행됐고, 133개 회원국의 4000여 명 과학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며 “개발도상국의 젊은 과학자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의 환경적, 경제적, 사회적 측면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식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