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이춘재에 살해당한 화성 초등생, 시신조차 못 찾아

당시 경찰, 가족 수사요청 묵살하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수사종결
경찰 "범행현장 도시개발로 완전히 바뀌어…사체 발견 못 해"

화성연쇄살인사건 피의자인 이춘재(56) 씨가 자백한 14건의 살인사건 중에는 30년 전 하굣길에 실종된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이 사건 발생 사실은 무려 1년이 지난 화성 9차 사건이 일어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는데, 당시 경찰은 이를 단순 실종사건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씨가 자백한 살인사건 중에는 1989년 7월 7일 화성 태안읍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김 모(8) 양이 실종된 사건이 포함돼 있다.

이 씨의 살인 자백 중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 사건은 김 양이 사건 당일 낮 12시 30분께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종된 사건으로, 같은 해 12월 김 양이 실종 당시 입고 나갔던 치마와 메고 있던 책가방이 인근에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김 양의 아버지가 두 차례에 걸쳐 수사 요청을 했으나, 이를 묵살하고 단순 실종사건으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사실은 1년 뒤 김 양의 흔적이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30여m 떨어진 곳에서 여중생이 누군가로부터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화성 9차 사건이 발생하면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경찰은 최근 이 씨로부터 김 양을 성폭행한 후 살해했다는 자백을 받아 진술의 신빙성 등을 검토 중이다.

이 씨는 이 사건에 대해서도 앞선 화성 사건 자백 때처럼 범행 장소 및 시신 유기 장소 등을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세히 설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범행 수법 또한 화성 사건의 '시그니처'(범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취하기 위해 저지르는 행위)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화성 사건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목이 졸리는 등의 수법으로 살해당한 뒤 입에 재갈이 물리거나 옷가지로 손발이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김 양의 시신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이 씨의 자백에 따라 현장을 확인하는 단계에 있으나, 화성 지역이 도시개발로 인해 크게 변화한 터라 장소 확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 양 실종 당시 경찰은 이 씨를 용의선상에도 올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본부 관계자는 "당시 경찰은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과 화성 사건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주변 탐문을 한 것으로 기록상 확인된다"며 "다만 이 씨는 당시 강도예비죄로 수감 중이어서 대면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경찰은 현재까지 보존된 화성 사건 기록에서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기록을 찾아 이 씨 자백의 신빙성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