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C “주심, 남북한 선수들에게 경고 주느라 골키퍼보다 바빠”

한국, 북한과 나란히 2승1무
골 득실에서 앞서 조 1위 유지
내년 6월 한국서 남북 다시 맞붙어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예선 사상 첫 평양 원정에서 북한과 0 대 0으로 비겼다. 아시아축구연맹(AFC)과 대한축구협회는 이번 경기가 매우 거칠었다고 전했다.AFC는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간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3차전에 대해 “카타르 출신의 압둘라흐만 알 자심 주심은 양측에 옐로카드를 꺼내느라 골키퍼보다 더 바빴다”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도 경기가 끝난 후 “후반 초반에 옐로카드가 나오는 등 경기가 과열됐다”고 전했다.

남북 대표팀은 경기 시작 후 66분이 지난 현재 각각 옐로카드를 두 장씩 받을 정도로 치열한 혈투를 벌였다. 북한은 리은철이 후반 시작 1분 만에 옐로카드를 받았다. 전반 30분엔 북한의 리영직 선수가 경고를 받았다. 한국도 김영권이 후반 시작 10분, 김민재가 후반 17분 각각 경고를 받았다. 몸싸움이 치열해 선수들 사이에 충돌이 벌어졌고, 경기감독관이 안전요원을 대기시켰다.

이날 무승부로 한국은 북한과 역대 전적에서 7승9무1패를 기록했다. 더불어 북한과는 12경기 연속 무패(4승8무)를 이어갔다. 다만 대표팀은 1990년 10월 11일 평양에서 북한에 처음 패배를 맛봤고, 29년 만에 치른 두 번째 평양 원정에서 득점 없이 비기면서 '평양 원정' 두 경기 연속 무승(1무1패)을 기록했다.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 원정 1차전에서 2-0, 스리랑카와 홈 2차전에서 8-0으로 이기며 2연승을 달렸지만 이번 경기에서 비기면서 2승 1무(승점 7점)를 기록했다. 북한과 함께 2승1무를 기록했지만, 한국의 골득실(승점 7·골득실+10)이 북한(승점 7·골득실+3)보다 앞서 조 1위를 유지했다. 남북 대표팀은 내년 6월 한국에서 다시 맞붙게 된다.

북한은 이번 예선전에서 해괴한 경기 진행으로 빈축을 샀다. 키르기스스탄 출신 아시아축구연맹(AFC) 감독관은 AFC에 보낸 보고서에 “김일성경기장에 관중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며 “경기장에는 외신 기자들도 전무한 상태다. 킥오프를 했는데도 무관중이다”라고 전달했다. 현지 인터넷 상황도 열악해 AFC 경기 감독관이 전달한 내용을 대한축구협회에서 받아, 이를 국내 취재진에게 다시 보내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생중계와 한국 취재진 입북이 불허됐기 때문이다. 경기장엔 외신기자의 출입도 금지됐다. 세계 스포츠 생중계를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볼 수 있는 2019년 현재 문자중계라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유효슈팅 수, 코너킥이나 프리킥 등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사진 등 그 흔한 정보들도 얻을 수 없었다. 북한은 이로써 폐쇄적 체제 특성을 또 다시 고스란히 드러냈다. 우리 국민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평양 원정을 마친 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을 거쳐 17일 새벽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대표팀은 11월 14일 레바논과 원정으로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4차전에 나선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