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9000억 드는 '현대차 엔진결함 보증'…실적 빨간불 vs 리스크 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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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세타엔진 보증에 엇갈린 평가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이 쎄타2 GDi 엔진 결함 논란에 평생 보증을 약속한 것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분석과 함께 리스크가 해소돼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이라는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이다.
▽ 평생 보증 비용 9000억원 달할 전망
▽ 증권사, 현대차 3분기 실적 전망 하향
▽ "불확실성 해소 가장 큰 소득" 평가도
지난 11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쎄타2 GDi 및 쎄타2 터보 GDi 엔진을 장착한 2011~2019년형 차량을 보유한 한국, 미국 소비자에게 평생 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날 집단소송을 제기한 미국 소비자들과 화해안에 합의했고 국내 소비자에게도 똑같은 수준의 보상을 하기로 결정했다.현대차가 미국 소비자들과 합의한 화해안에는 2009년 이후 생산된 해당엔진 장착 차종에 대해 ▲ 엔진예방안전기술인 KSDS(엔진진동감시시스템) 적용 ▲ 평생보증(엔진커넥팅로드베어링 소착관련) ▲ 비충돌 발화 및 수리지연 등 따른 보상 등이 포함됐다.
대상 차량은 미국에서 판매된 쎄타 엔진 탑재 차량 417만대(현대차 230만대, 기아차 187만대)이며 2011~2019년식 쏘나타, 싼타페 스포츠, 투싼, 옵티마, 스포티지, 쏘렌토 등이 해당된다. 미국 법원 승인시 국내에도 동등한 수준의 보증을 제공할 예정이며 국내 대상 차량은 52만대(현대차 36만3000대, 기아차 15만7000대)로 추정된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쎄타 엔진은 현대차가 지난 200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내놓은 독자개발 엔진이다. 5세대 NF쏘나타에 처음 적용됐고, 이후 세단과 SUV(스포츠유틸리티차) 차량 등 다양한 차종에 탑재됐다. 현대차는 이 엔진 개발을 위해 46개월동안 약 17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비용 9000억원 발생…3분기 실적 '빨간불'이번 일로 현대차는 당장 3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매출이 소폭 증가한 가운데 환율환경이 우호적이고 올해 파업 없이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호실적을 예측했다.
하지만 쎄타 엔진 탑재 차량에 대한 평생 보증을 약속하면서 실적 전망이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한미 양국에서 약 9000억원(현대차 6000억원, 기아차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국내 증권사 11개사가 수정한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4440억원으로 2분기의 1조2380억원보다 64%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는 지난해 3분기에도 엔진 리콜과 '엔진진동감지시스템(KSDS)' 적용 등 품질 비용으로 3000억원을 반영해 영업이익이 2890억원에 그쳤었다.
기아차도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대폭 수정됐다. 증권사 11개사가 제시한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2210억원으로 2분기(5340억원)보다 59%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기아차 역시 지난해 3분기에 엔진 관련 품질 비용으로 1600억원을 반영해 영업이익이 1170억원에 그친 바 있다.
임은영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로 미국의 집단소송 12건 가운데 5건이 마무리되지만 감마 엔진과 쎄타 간접분사(MPi) 엔진의 비충돌 화재 관련 소송도 진행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문용권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번 합의는 미국 검찰의 리콜 적절성 관련 조사와는 별개이며 2015~2019년 생산 모델도 유사한 결함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 등에 따라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 장기적 관점…'리스크 해소' 큰 소득반면 장기적 관점에서 리스크를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단기적 비용 반영은 부담이지만 지난 과오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미국 검찰의 벌금 부과 시 추가 비용 부담은 있지만, 선제 대응으로 규모가 제한될 전망"이라며 이번 조치를 리스크 해소 관점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유지웅 연구원은 "평생보증 비용이 2019년 모델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사실상 쎄타2 엔진에 대한 리스크가 모두 반영돼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단기적인 실적 충격 불가피하지만 그보다는 잠재적 불확실성 축소되고, 11월 미국공장 신형 쏘나타 생산 개시 전 합의안 도출 등으로 향후 신차판매 전략에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을 열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만큼 품질 문제와 관련된 논란을 올해 안에 마무리 짓고 싶었을 것"이라며 "쎄타 엔진 보증 문제도 국내외 동시 진행해 차별 논란도 없앤 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