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선거법, 복잡해지는 '패스트트랙' 방정식…野3당 '열쇠'

與 사법개혁안 先처리 제안에 바른미래·평화 '반대', 정의 '논의 가능'
한국당, 공수처법 저지 계획…검경수사권 조정안은 협상 참여 의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검찰개혁이 화두가 되면서 16일 관련 법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의 처리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이 법안을 놓고는 '처리'를 노리는 여당과 '절대 불가'를 주장하는 제1야당이 정면 충돌하는 가운데 열쇠를 쥔 야 3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구축한 여야 4당 공조를 되살려 공수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법안 등 사법개혁안 전체를 이달 말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이 목표다.

한국당을 제외하더라도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 소속 의원(9석)에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 등의 표까지 더하면 처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그러나 애초 여야 4당 합의에 선거제 개혁안을 사법개혁안보다 먼저 처리하기로 한 약속을 뒤집는 것인 만큼, 야 3당 설득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구 의석수를 225석으로 줄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혁안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이대로 처리하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일부 있다.

야 3당 입장에서는 사법개혁안을 먼저 처리할 경우 선거제 개혁안은 민주당 내 '이탈표' 등으로 처리가 무산될 수 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다.공수처법안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그러나 야 3당 중 가장 의석수가 많은 바른미래당부터 과거 '패스트트랙 공조'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는 선거제 개혁안 처리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며, 공수처 설치를 위한 여당 안에도 반대하고 있다.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공수처법은 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 안이 동시에 올라갔는데, 민주당은 '백혜련안'을 밀지만 바른미래당은 '권은희안'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 의원 안은 공수처가 자체 수사한 사건 중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갖고 나머지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갖도록 했다.

공수처장은 추천위원회에서 5분의 4 이상의 찬성으로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도록 했다.

반면 권 의원 안에는 공수처의 공소 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할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수처장의 경우 청문회는 물론 국회의 동의까지 받아야 임명이 가능하도록 했다.

다만 이날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와 각 당 대표 1인이 참여한 '3+3' 회동 이후 바른미래당은 공수처법안 표결 처리 가능성을 열어뒀다.

권은희 의원은 회동 후 "공수처는 바른미래당 법안을 가지고 (합의) 도출 노력을 하되 안 되면 표결 처리도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검경수사권 조정과 선거제에 대해서는 정치 복원을 위해 합의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는 입장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연합뉴스에 "권 의원이 이야기한 공수처 표결은 선거법 합의 처리를 약속하면 '권은희 안'을 바탕으로 수정안을 올려 먼저 표결하는 것은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으로서는 바른미래당의 '전면 협조'를 얻지 못하더라도 표결 처리를 타진할 수 있게 돼 조율 여지가 생긴 셈이다.
정의당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에 모두 찬성하고 있고, 사법개혁안 선처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패스트트랙 지정 당시 함께한 여야 4당의 합의가 있어야 선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 민주당이 정의당의 '완전한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당을 먼저 설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평화당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안에는 찬성하지만, 선거제 개혁안에 앞서 이를 처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다.

대안신당은 사법개혁안 선처리는 조금 더 논의해 최종 입장을 결정하기로 한 상황이다.

민주당이 이처럼 각기 셈법이 다른 야 3당을 설득해 공조체제를 구성하려는 것에 맞서, 한국당은 사법개혁안·선거제 개혁안과 관련해 '법안별 대응전략'을 펴겠다는 생각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 협상에는 참여할 의향이 있지만, 공수처는 '설치 저지'가 목표다.

바른미래당과 '공수처 반대 공조'도 모색 중이다.선거제 개혁안은 사법개혁안보다 한 달 늦은 다음 달 말 본회의에 올라가는 만큼 40일가량의 기간에 현재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을 확산하며 처리 저지 발판을 놓겠다는 전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