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씨가 말랐다"…ASF 발생 한 달 파주 농가들 '탄식'

이번 주말까지 지역내 모든 돼지 수매·살처분
양돈 농가들 "ASF 확산하지 않길…생계 막막"
"파주지역 양돈 농가들의 돼지는 씨가 말랐다. 앞으로 최소 1년 6개월은 지나야 입식이 가능할 텐데 그동안 농가는 어떻게 버틸지 모르겠다."경기도 파주시 파평면에서 돼지를 사육하던 이준석(47)씨는 16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역 돼지 사육 농가들의 분위기를 이같이 전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확진된 지 17일이면 1개월이 된다.
ASF는 지난달 16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으로 의심 신고가 들어온 것을 시작으로 김포·연천·강화 등 경기·인천 접경 지역으로 퍼져나갔다.상황이 점점 악화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 4일 ASF 확산 방지를 위해 파주와 김포, 연천 지역 발생 농가 3㎞ 밖의 돼지 가운데 5개월 이상 사육된 비육돈을 우선 수매하고 수매되지 않은 나머지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하는 초강력 조처를 내렸다.

이달 11일까지 파주 110개(등록 91개, 미등록 19개) 양돈농장에서 ASF가 발생한 농장은 5곳이다.

ASF가 발병한 이들 농장을 포함해 인근 농장까지 모두 45개 농장에서 6만1천841마리가 살처분됐다.그러나 농림부의 이달 4일 조처에 따라 파주지역 나머지 양돈 농가 65곳 6만3천319마리도 ASF 확산 방지를 위한 수매나 예방적 살처분 대상이 됐다.

이들 65개 농가는 지난 13일까지 돼지 수매와 예방적 살처분에 모두 동의했다.

65개 농가 중 지난 15일까지 수매는 45개 농가(1만5천324마리)에서 진행됐고, 예방적 살처분은 53개 농가 3만8천175마리가 완료됐다.이어 이번 주말까지 12개 농장 9천820마리를 살처분할 예정이다.

이번 주말이면 파주지역에는 돼지가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지난달 ASF가 국내 처음 발병한 파주시 연다산동의 농장주 최정우씨는 "농장 소독이라면 파주지역 누구보다 철저하게 진행했다"면서 "어떻게 내 농장에서 ASF가 발병하게 됐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그는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른 돼지 5천마리를 한순간에 땅에 묻었다"면서 "직원 8명의 급여는 물론, 시설 투자비 등 은행 대출 30억원을 갚을 생각에 잠도 이루지 못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입식이 빨리 진행돼야 빚도 갚고, 재기를 꿈꿀 수 있는데 언제 이뤄질지 막막하다"면서 "축사에서 기르는 돼지에서 ASF가 주춤하니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발생이 증가한다는 뉴스를 보면 폐업을 해야 하는 생각마저 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 주말 키우던 돼지 2천여마리를 수매·살처분한 이준석씨는 "ASF의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의 수매 방침을 따르긴 했다"면서 "평생 돼지를 키워온 농가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그는 "당장 파주지역 양돈 농가들은 한돈 파주시지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