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공수처 大戰'…與 "이달 본회의 처리" vs 野 "다음 국회서 논의"

'포스트 조국'정국 최대 이슈로…셈법 다른 여야

與 "20대 국회서 관철"
한국당 "절대 불가" 고수
캐스팅보트 쥔 바른미래당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16일 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을 담은 ‘사법개혁 법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만났다. 왼쪽부터 나경원 자유한국당·이인영 더불어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이후 정국의 핵(核)으로 부상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처리를 놓고 여야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공수처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더불어민주당과 이를 ‘결사 저지하겠다’는 자유한국당이 정면충돌하고 있는 가운데, ‘캐스팅보트’를 쥔 다른 야 3당(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의 입장도 갈리고 있다.

공수처法 키 쥔 바른미래 “여당案 반대”민주당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운영 및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이달 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민주당(128석)과 정의당(6석), 평화당(4석), 대안정치연대(9석)에 바른미래당(24석) 일부 의원 의석을 더하면 의결정족수(재적·출석 의원 과반)를 채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가 제대로 안 돼 ‘적폐청산’도 잘 안 되는 것”이라며 “한국당은 절대로 (공수처 설치는) 안 된다는데, 그 말은 비리 고위공직자를 끝까지 보호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 중 의석수가 가장 많은 바른미래당부터 ‘이달 공수처 법안 처리’에 반대하고 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여당이 밀고 있는 공수처 법안(백혜련 민주당 의원 발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바른미래당 안(권은희 의원 발의)을 중심으로 야당이 힘을 모아야 문재인 정권의 ‘검찰 개악’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바른미래당 안은 여야 4당이 지난 4월 합의한 민주당 안과 비교해 크게 네 가지가 다르다. 기관명부터가 민주당 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바른미래당 안은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다. 바른미래당 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여야 합의안의 ‘고위공직자 범죄 전반’에서 ‘부패 범죄’로 구체화했다. 판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한 기소 권한은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기소심의위원회’에 따로 두도록 규정했다. 공수처 인사권은 대통령이 아니라 공수처장이 갖도록 했고, 공수처장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게 했다. 공수처 권한을 줄이는 동시에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은 “공수처 법안보다 또 다른 패스트트랙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 처리가 우선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검·경 수사권 조정, 협상 가능”

정의당은 민주당과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민주당 안대로 공수처를 신설하는 것과 공수처 법안을 선거법 개정안보다 먼저 처리하는 데 동의하고 있다. 다만 ‘여야 4당 공조 유지’란 전제 아래 공수처 법안 선(先)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어서 민주당이 정의당의 완전한 협조를 얻으려면 바른미래당과 평화당을 먼저 설득할 필요가 있다. 대안정치는 공수처 법안 선처리 여부에 대해 아직 당론을 정하지 못했다.민주당이 야 3당과의 공조 체제를 복원하려는 데 맞서 한국당은 법안별 대응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은 ‘검찰 개혁’ 법안 중 공수처 법안에 대해선 ‘절대 불가’ 입장이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과 관련해선 여당과의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20대 국회에선 공수처 법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수 없다”며 “정권이 레임덕을 맞은 마당에 한국당만 빼고 4당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은 이날 각 당 원내대표와 원내대표가 지명한 한 명이 참여하는 ‘2+2+2 회의’를 열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하헌형/성상훈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