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정상회의 직전까지 브렉시트 합의 도달 실패한 듯

BBC 등 英 언론 "오늘 밤 브렉시트 합의 없을 것" 보도
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관련 DUP 지지 여부가 관건
영국과 유럽연합(EU)이 EU 정상회의 직전인 16일(현지시간) 밤늦게까지 협의를 했으나 브렉시트(Brexit) 재협상 합의에 도달하는 데 실패했다.당초 양측은 오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를 앞두고 재협상 합의에 도달할 경우 17∼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추인할 예정이었다.

공영 BBC 방송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늘 밤 브렉시트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BBC는 브렉시트 재협상과 관련한 주요 이슈가 대부분 해결됐지만,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의 지지 문제가 남아있다고 설명했다.영국 대중지 더선 역시 DUP 지지와 관련해 이날 브렉시트 재협상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는 이날 저녁 회원국 EU 대사들을 대상으로 브렉시트 협상 진행상황을 보고했다.

합의 여부를 묻자 바르니에 대표는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재협상 합의의 기본 토대는 이뤄졌으며, 이론적으로는 내일 합의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투스크 의장은 그러나 이후 폴란드 방송 TVN 24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측에서 특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난 뒤 기자 회견에서 "브렉시트 합의가 마무리돼 내일 (EU 정상회의에서) 이를 지지할 수 있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 중 문제가 된 '안전장치'(backstop)의 대안으로 4년간 '두 개의 국경'을 두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안을 지난 2일 EU에 제시했다.

EU가 수용 의사를 나타내지 않자 존슨 총리는 다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댄 자국령 북아일랜드에 '두 개의 관세체계'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북아일랜드는 법적으로는 영국의 관세체계를 적용하되 실질적으로는 EU 관세동맹 안에 남기는 것이다.

이른바 '하이브리드 해법'이다.

다만 이 경우 영국 본토와 아일랜드 사이에 관세 및 규제 국경이 설치되는데, DUP의 지지가 관건이다.

DUP는 2017년 조기 총선 이후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주요 표결에서 정부에 찬성표를 던지고 있다.

DUP는 그러나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사이 통합성을 저해하는 어떠한 것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영국과 EU는 정상회의를 앞두고 세관 문제, EU 규제 적용과 관련한 북아일랜드의 동의 문제 등에 합의했지만, 부가가치세(VAT) 적용과 관련해 이견 조정이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정상회의 전날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결국은 브렉시트와 관련해 조건부로 정치적 합의를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구체적인 사항을 법률 문서화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 기술적으로 브렉시트를 단기 연기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1일 예정된 브렉시트 직전에 EU가 브렉시트 특별 정상회의를 열어 이를 처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만약 양측이 브렉시트 합의 도달에 실패하거나, 존슨 총리가 영국 의회에서 정치적 합의에 대한 승인을 얻지 못할 경우 브렉시트가 추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앞서 영국 의회는 EU 정상회의 다음 날인 오는 19일까지 정부가 EU와 브렉시트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존슨 총리가 EU 집행위원회에 브렉시트를 2020년 1월 31일까지 3개월 추가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