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열린 '회계사 전성시대'…新외감법 시행 이후 몸값 '쑥쑥'

cover story - 한국공인회계사회

위상 높아진 회계사들
요즘 대학가에서는 공인회계사(CPA)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젊은 층이 크게 늘고 있다. 회계사 몸값이 크게 올랐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다. 과거에도 회계사가 전문직 대우를 받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을(乙)인 데다 감사가 집중되는 기간이면 야근을 밥 먹듯 하는 등 노동 강도가 높아 직업으로서 회계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다. 지난 1~2년 사이 분위기는 확 달라졌다. 회계감사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높아졌고, 회계사 처우도 많이 개선됐다. 그만큼 회계사가 되려는 젊은이들이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신 외감법으로 ‘전화위복’회계사 지위는 회계 제도와 직결돼 있다. 회계사가 언제나 ‘을’이었던 것은 아니다. 1981년 이전에는 ‘감사인 배정제’라는 제도가 있었다. 회계감사 수요가 있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감사인을 결정해 주는 제도다.

S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당시에는 지방에 있는 기업에 감사를 하러 나가면 해당 회사에서 회계사를 성대하게 맞이하고 접대까지 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계사들이 장부를 집어던지며 기업에 호통을 치던 시절이어서, 기업들이 전두환 대통령에게 배정제 폐지를 건의한 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1982년부터 감사인 자유선임제가 순차적으로 도입됐다. 이때부터 회계사들은 일감을 받아오기 위해 기업에 더 낮은 감사 가격을 제시하고 기업 눈치를 보는 신세가 됐다. 급기야 2016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가 발생해 회계사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하지만 감사 시간을 늘리고 주기적으로 감사인을 지정해 외부감사 품질을 끌어올리는 ‘신(新) 외감법(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11월부터 시행되면서 회계업계는 전화위복을 경험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덕분에 기업에서 일감을 따기 위해 무리한 영업을 할 필요가 줄어들었다. 또 표준감사시간과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감사 업무 관행도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

다른 S회계법인 본부장은 “표준감사시간과 주 52시간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감사 시간을 종전보다 50% 정도 더 투입해야 한다”며 “회계사들이 귀한 몸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급여가 높아지고 복지 제도가 개선된 것도 회계사들에겐 좋은 일이지만 제대로 된 감사 품질을 지키라는 사회적인 지지가 생겨나 회계사들이 한층 더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세무자문·M&A자문·컨설팅 등도 강세

회계산업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7년 회계법인 전체 매출액은 2조98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1.6% 늘어났다. 작년에도 4대 회계법인 매출액은 20%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이어졌다.

회계법인의 대표적인 역할은 감사지만, 감사 부문 매출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회계법인을 기준으로 감사 업무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9.7%(2016년 기준)에 그친다. 세무업무(40.0%), 경영자문(30.2%) 비중이 더 크다.세무 업무는 현재 회계법인들의 주요 매출원이다. 과세당국의 세무조사 및 세금 추징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회계법인에 세무자문을 의뢰하는 일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진출 기업이 증가하면서 국가 간 조세제도 차이를 활용한 다양한 세무 전략이 발전하는 것도 회계법인의 세무부문 매출 증가의 한 원인이다.

회계법인들은 기업 인수합병(M&A) 등을 자문하는 데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M&A 시장에서 역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국내 증권사와 달리 회계법인들은 꾸준히 M&A 매각 및 인수 자문을 맡고 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최근에는 국내 대형 M&A 거래는 외국계 투자은행(IB)에, 중소형 거래는 회계법인에 돌아가는 추세”라고 전했다. 회계법인들이 일한 만큼 성과를 보상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데다, 감사·세무 업무 등을 하면서 기업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