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있는 인테리어 찾는 고객 위해…예술작품 같은 마룻바닥재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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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훈의 기업인 탐구나이가 들면서 차츰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고, 거꾸로 도전정신이 충만해지는 사람이 있다.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과 이금룡 도전과나눔 이사장은 후자에 속하는 듯하다. 조 사장은 마룻바닥재 업체로는 드물게 예술적인 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있다. 대기업이 엄두를 내기 힘든 맞춤형 제품 개발에 나서는 등 차별화 전략을 쓰고 있다. 기업가정신 교육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 집중해온 이 이사장은 내년부터 역사 강연을 할 예정이다. 이달 하순엔 글로벌 전자상거래 아카데미도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을 만나봤다.마룻바닥재가 예술작품으로 승화할 수 있을까. 경기 광주시 도척면에 있는 구정마루(대표 조문환·63)에 들어서면 그런 느낌을 받는다. 면적 700㎡가 넘는 전시장엔 파스텔 색상의 제품과 육면체 모양의 입체적인 제품, 청어뼈 모양의 패턴을 한 제품 등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마치 미술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다. 일부 제품은 원형으로 디자인돼 있다. 이들 작품은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마룻바닥재는 대개 천편일률적이다. 원목 무늬거나 이 위에 약간의 색을 칠한 정도다. 디자인도 대부분 일자형이다. 하지만 구정마루는 다르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바닥재는 나무 종류, 디자인, 컬러, 패턴 등을 감안하면 300여 종에 이른다. 굴참나무, 호두나무, 물푸레나무, 티크, 단풍나무 등 전통 원목무늬 마루도 있지만 기하학적 디자인의 제품도 많다. 연분홍, 연노랑 등 파스텔톤 제품도 있다.
조문환 구정마루 사장
디자인 차별화·대리점 판매 강화
맞춤형 제품·서비스 확대 계획
작년 매출 전년보다 39% 늘어
시공 패턴도 일자, 헤링본(청어뼈), 셰브론, 헥사곤(육면체) 등 다양하다. 헥사곤은 입체적인 느낌을 주는 제품이다. 믹스매치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과감한 컬러를 매치해 독특한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제품이다.
이곳은 주중이건 주말이건 찾는 사람이 끊이질 않는다. 전문 디자이너나 인테리어에 관심있는 사람들이다. 연령층은 신혼집을 찾는 예비 신혼부부에서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 남과 다른 인테리어’에 관심을 뒀다는 것이다. 마룻바닥재 비즈니스는 단지 공장에서 생산해 파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시공과 애프터서비스까지 이어진다. 특히 단 한 명의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제품의 생산과 시공까지 하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대규모 신축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대량 생산 및 시공에 익숙해진 대기업은 이런 스타일을 따라가기 힘들다.마룻바닥재는 간단한 제품처럼 보이지만 생산 공정이 복잡하다. 예컨대 합판마루와 강화마루의 강점을 결합한 강마루의 제작 공정을 보면 수지함침, 건조, 프레스, 재단, 샌딩, 접착, 프레스, 숙성, 절단, 마무리 가공, 검수 등 10여 가지를 거친다. 여기에 여덟 번 이상의 칠 공정도 뒤따른다. 도막 두께가 적절하게 형성돼야 내구성과 내오염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 고객을 위한 칠작업이 얼마나 고된지 알 수 있다.
이런 철저한 고객만족 경영은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938억원으로 2017년보다 38.9%나 늘었다. 1994년 개인 기업으로 출발(법인 전환은 1998년)한 구정마루는 이제 창립 25주년을 맞았다. 앞으로 지속성장을 위해 세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첫째, 유통채널 변화다. 건설업체에 대한 공급을 줄이고 대리점을 통한 판매를 늘리고 있다. 건설업체 공급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경쟁이 치열해 수익이 박하다는 단점도 있기 때문이다.
둘째, ‘꾸준한 신제품 개발’이다. 남들이 시도하지 않는 파격적인 색상과 디자인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색상, 패턴, 기능 면에서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빠르게 바뀌는 인테리어 시장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다.
셋째, ‘맞춤형 서비스’다. 조문환 사장은 “수요가 갈수록 개인화돼가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지만 이런 추세를 감안해 극소수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젊은 감각을 익히기 위해 틈나는 대로 홍대앞 강남역 등 젊음의 거리를 다니기도 한다. 그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경영이다. 이를 위해 당장의 매출 확대에 안주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성을 검토하고 투자할 계획이다.
김낙훈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