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휘의 베트남은 지금] 하노이 부동산 투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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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하노이 부자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스타레이크 시티’다. 하노이 도심의 가장 큰 호수인 호떠이 서쪽에 대우건설이 조성 중인 대규모 복합단지로, 지난달부터 2차 빌라 분양이 진행 중이다. 빌라 한 채당 가격은 100만달러를 웃돈다.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2차 분양 역시 대성공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16일 “신청자가 이매 배정 물량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차 분양 당시에도 고급 빌라 364채를 완판한 바 있다.
스타레이크 시티의 입지는 최상이라 할 만하다. 부지부터가 베트남 도심이다. 하노이 시청과의 거리가 약 5㎞로 한국의 여의도와 비슷하다. 김우중 옛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세계경영’을 실현하던 시절에 받아 놓은 알짜배기 땅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는 이곳을 새로운 행정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 대사관은 이미 인근으로 옮겼다. 단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메트로도 건설될 예정이다. 삼성 R&D 센터를 비롯해 CJ, 이마트, 일본 백화점 등이 입주키로 한 것도 이런 탁월한 입지 조건 덕분이다. 하노이 ‘큰손’들이 들썩이고 있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흥행 열풍 속에서도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빌라와 달리 아파트 분양은 그리 뜨겁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에게 배정된 30% 물량만 완판됐을 뿐, 내국인 몫으로 남아 있는 70%는 ‘여전히 분양중’이다. 스타레이크 시티에 들어설 주거시설은 1만여 세대다. 대부분이 아파트다. 스타레이크 시티의 분양 결과는 하노이, 더 나아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내국인들은 베트남 아파트 시장을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빌라 선호 현상은 산업단지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싱가포르계 부동산 개발업체인 VSIP는 박닌성 산업단지에 대규모 빌라단지를 조성 중이다. 산업단지가 제조공장들만 들어선 삭막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와 주거단지를 결합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VSIP에 따르면 선매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노이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스카이레이크라는 골프장에도 빌라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 역시 베트남 ‘큰손’들의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베트남 사람들이 왜 빌라를 선호하는 지는 땅에 대한 집착과 무관치 않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정주민의 특질이 훨씬 강하다. 특히 하노이 등 베트남 북부는 중국의 여러 왕조와 문화적 특질을 공유해왔다. 4계절이 뚜렷한 계절 특성으로 인해 하노이 사람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안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데 집착한다.
하노이의 핵심 상권인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선 좁고 높은 하노이 특유의 주택은 이곳 사람들의 땅에 대한 욕망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공간이다. 하노이의 첨탑형 주택의 연원에 대해선 설들이 분분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땅에 세금을 매기는 과세 정책에 순응한 결과라는 얘기도 있고, 식민지 해방 후 도로가에 인접한 몫 좋은 땅을 여러 사람에게 불하하려다보니, 땅을 잘게 세분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도심의 첨탑형 주택들은 1평당 3억원을 호가할 정도의 금싸라기 땅들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목적은 주거용이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한 사람이 수십채를 보유하는 일도 흔하다. 본인은 물론이고, 자녀나 형제들 명의로 여러 채를 사 놓고 한국 등 외국인 주재원들에게 월 1000~4000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소득을 올리는 식이다. 과거 한국의 반포 주공, 잠실 주공처럼 중산층들이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는 현상이 아직 하노이에선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아직 베트남의 아파트 시장은 거대한 ‘지하경제’가 낳은 사생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내국인들의 ‘빌라 선호, 아파트 관망’ 현상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다. 한국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빌라는 아예 투자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은 빌라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만 전체 분양 물량의 30% 한도 내에서 살 수 있다.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개인과 기업은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국가로부터 허가받는 베트남 사회주의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다. 이로 인해 한국, 홍콩, 싱가포르의 넘치는 자금이 30%로 제한된 베트남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하노이 아파트 시장에 이중가격제가 형성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외국인들은 30%를 놓고 치열한 구매 경쟁을 벌이다 보니 30%에 육박하는 프리미엄을 얹어 구매한다. 이에 비해 내국인들은 수요보다 공급 우위인 70%의 물량을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호치민시 1군에 있는 주요 아파트가 내,외국인 구분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노이 고급 아파트 투자와 관련해 외국인들끼리 폭탄을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중국처럼 폭발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위해선 아직 검증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
스타레이크 시티의 입지는 최상이라 할 만하다. 부지부터가 베트남 도심이다. 하노이 시청과의 거리가 약 5㎞로 한국의 여의도와 비슷하다. 김우중 옛 대우그룹 회장이 베트남에서 ‘세계경영’을 실현하던 시절에 받아 놓은 알짜배기 땅이다. 게다가 베트남 정부는 이곳을 새로운 행정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한국 대사관은 이미 인근으로 옮겼다. 단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메트로도 건설될 예정이다. 삼성 R&D 센터를 비롯해 CJ, 이마트, 일본 백화점 등이 입주키로 한 것도 이런 탁월한 입지 조건 덕분이다. 하노이 ‘큰손’들이 들썩이고 있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흥행 열풍 속에서도 한 가지 흥미로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빌라와 달리 아파트 분양은 그리 뜨겁지 않다는 점이다. 외국인에게 배정된 30% 물량만 완판됐을 뿐, 내국인 몫으로 남아 있는 70%는 ‘여전히 분양중’이다. 스타레이크 시티에 들어설 주거시설은 1만여 세대다. 대부분이 아파트다. 스타레이크 시티의 분양 결과는 하노이, 더 나아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내국인들은 베트남 아파트 시장을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베트남 사람들의 빌라 선호 현상은 산업단지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싱가포르계 부동산 개발업체인 VSIP는 박닌성 산업단지에 대규모 빌라단지를 조성 중이다. 산업단지가 제조공장들만 들어선 삭막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와 주거단지를 결합한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VSIP에 따르면 선매구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하노이 도심에서 서쪽으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스카이레이크라는 골프장에도 빌라단지가 들어서고 있다. 이곳 역시 베트남 ‘큰손’들의 쇼핑 리스트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베트남 사람들이 왜 빌라를 선호하는 지는 땅에 대한 집착과 무관치 않다. 베트남은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들과 달리 정주민의 특질이 훨씬 강하다. 특히 하노이 등 베트남 북부는 중국의 여러 왕조와 문화적 특질을 공유해왔다. 4계절이 뚜렷한 계절 특성으로 인해 하노이 사람들은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안전한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데 집착한다.
하노이의 핵심 상권인 호안끼엠 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빼곡히 들어선 좁고 높은 하노이 특유의 주택은 이곳 사람들의 땅에 대한 욕망이 구체적으로 실현된 공간이다. 하노이의 첨탑형 주택의 연원에 대해선 설들이 분분하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땅에 세금을 매기는 과세 정책에 순응한 결과라는 얘기도 있고, 식민지 해방 후 도로가에 인접한 몫 좋은 땅을 여러 사람에게 불하하려다보니, 땅을 잘게 세분화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도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도심의 첨탑형 주택들은 1평당 3억원을 호가할 정도의 금싸라기 땅들이다.
베트남 사람들이 아파트를 구매하는 목적은 주거용이라기보다는 투자에 가깝다. 한 사람이 수십채를 보유하는 일도 흔하다. 본인은 물론이고, 자녀나 형제들 명의로 여러 채를 사 놓고 한국 등 외국인 주재원들에게 월 1000~4000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소득을 올리는 식이다. 과거 한국의 반포 주공, 잠실 주공처럼 중산층들이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로 관심을 돌리는 현상이 아직 하노이에선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아직 베트남의 아파트 시장은 거대한 ‘지하경제’가 낳은 사생아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이 같은 내국인들의 ‘빌라 선호, 아파트 관망’ 현상은 베트남 부동산 시장을 전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할 요소다. 한국 등 외국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빌라는 아예 투자 대상이 아니다. 외국인은 빌라를 구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만 전체 분양 물량의 30% 한도 내에서 살 수 있다. 국가가 모든 토지를 소유하고, 개인과 기업은 토지에 대한 사용권을 국가로부터 허가받는 베트남 사회주의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이다. 이로 인해 한국, 홍콩, 싱가포르의 넘치는 자금이 30%로 제한된 베트남 아파트로 몰리고 있다.
하노이 아파트 시장에 이중가격제가 형성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외국인들은 30%를 놓고 치열한 구매 경쟁을 벌이다 보니 30%에 육박하는 프리미엄을 얹어 구매한다. 이에 비해 내국인들은 수요보다 공급 우위인 70%의 물량을 언제든 구매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호치민시 1군에 있는 주요 아파트가 내,외국인 구분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노이 고급 아파트 투자와 관련해 외국인들끼리 폭탄을 돌리는 것과 다름없다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이 중국처럼 폭발적인 우상향 곡선을 그리기 위해선 아직 검증받아야 할 것들이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박동휘 하노이 특파원 donghuip@hankyung.com